28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기획재정부는 '2024년 세수 재추계에 따른 재정 대응 방안'을 보고했다. 지난달 진행된 세수 재추계 결과 올해 결손분은 29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국회에 보고한 대응 방안에는 정부 기금 활용, 지방 재정 지원 축소, 예정된 사업을 줄이는 예산 불용 등의 해법이 담겼다. 60조원에 가까운 세수 결손이 발생한 지난해 대응책의 답습이다. 올 3분기 성장률 둔화가 확인된 만큼 정부의 재정 투입이 절실하지만 마른 수건 쥐어짜기로는 필요 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1% 성장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한은(2.4%)과 정부(2.6%) 모두 올해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내수 회복세가 주춤한 가운데 수출까지 둔화 조짐을 나타낸 게 성장률 하락의 원인이다. 정부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기재부 발표를 보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없이 세수 결손에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신속 집행 여파에 재정 투입 한계…"긴축재정 우려"
정부는 올 들어 경기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예산 신속 집행을 강조해 왔다. 3분기 GDP를 봐도 정부 소비는 전분기 대비 0.6% 증가했다. 경제성장률에 대한 주체별 기여도도 정부가 0.5%포인트를 기록해 역성장(-0.4%포인트)한 민간 부문의 하락 폭을 메웠다.신속 집행 여파로 4분기에는 재정적 대응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 기여도가 떨어지면서 4분기 성장률 역시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기재부 관계자는 "1~3분기 GDP 기여도가 예년에 비해 높았던 것으로 추산한다"며 "국고채 발행은 하지 않겠지만 국회에서 심의·의결했던 세출 예산에 대해 최대한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건전 재정 기조에 대한 정부 고집에 우려를 표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수출이 가라앉고 내수도 부진해 전체적으로 성장률이 낮다. 남은 기간 추경을 하지 않는다면 결국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사실상의 돌려 막기로 30조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에 대응하려면 올해도 불용이 다수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내수가 부진해 확장 정책이 필요한 시점에서 긴축 재정에 나서는 것은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50%를 넘기지 않기 위한 무리수에 불과하다"며 "경기 위축기에 재정 기능을 방치하는 건 정부의 역할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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