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가 크게 줄고 매물이 쌓이는 등 매수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로 접어든 지금이 오히려 실수요자들에게 기회의 시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내년에 기준금리 인하가 추가로 이뤄져 대출금리 인하가 예상되고 입주 물량은 크게 줄어드는 등 집값을 자극할 요인이 쌓여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내 집 마련에 앞서 대출 계획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제언한다.
3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1.0으로 전주보다 0.6포인트 떨어지며 기준값인 100에 근접하고 있다. 매매수급지수는 아파트 매매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값보다 높을수록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거래가 감소하면서 매물은 쌓이고 있다. 8월 6332건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9월 2936건으로 급감했다. 신고기한(한 달)이 남아 있긴 하지만 10월에도 1724건에 그친다. 반면, 아실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8만8109건으로 한 달 전(8만2684건)보다 5000건 이상 늘었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에게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내 집 마련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내년은 입주 물량이 부족하고 대출금리 인하도 예상돼 매매는 물론 전셋값도 상승할 수 있다"면서 "연말에 기준금리 인하가 한 번 더 단행된다면 매매를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내 집 마련은 부동산 과열 때보다 진정됐을 때가 더 나은 시기"라고 말했다. 김 전문위원은 "최근 3년여 동안 금융 규제가 상반기에 완화되고 하반기는 강화되는 '상고하저(上高下低)'가 반복되고 있어서 내년 상반기로 비슷한 흐름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올 연말이 실수요자에겐 집을 마련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정부가 대출 옥죄기를 계속하고 있는 만큼 대출 계획이나 규모 등에 대한 검토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최근 흐름과 비슷하게 간다면 내년 2월부터는 부동산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급매로 나왔거나 가격이 평균치보다 떨어진 곳이라면 지금 사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대출 비율은 되도록이면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매매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부동산 시장이 혼조세를 보이고 있고 향방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실 리드는 "지금은 매매 등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매물이 쌓인다고 가격이 내려간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매매를 생각한다면 대출 이자 등 비용적인 부담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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