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종가 기준(오후 3시 30분) 전날보다 8.8원 오른 1403.5원을 기록했다. 1399.1원에 문을 열었으나 장중 줄곧 1400원을 웃돌았다. 원·달러 환율 주간 종가가 14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2년 11월 7일(1401.2원) 이후 2년 만이다.
트럼프 트레이드가 되살아나면서 달러 강세가 뚜렷해진 영향이다. 일각에서는 1400원대 환율이 트럼프 2기 시대의 '뉴노멀(새 기준)'이 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와 고강도 관세로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우려는 한·미 장기채 금리 역전 폭에도 반영되고 있다. 한·미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커지면서 벌어지기 시작해 최근 연방 상하원까지 공화당이 모두 장악하는 '레드 스위프'가 유력해지자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 간 금리 탈동조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본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고려하면 미국 성장률은 큰 영향이 없지만 수출 위주의 한국은 펀더멘털에 타격을 입게 될 것이란 의미다. 실제 과거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에도 같은 이유로 한·미 10년물 금리 스프레드 역전 폭이 100bp까지 확대된 바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채권시장은 수출이 글로벌 무역 전쟁으로 인해 유탄을 맞을 가능성을 반영하는 중"이라며 "한국 채권의 상대적 강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급락하는 위안화 가치도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이날 중국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2위안을 넘어섰다. 네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 정부가 지방정부 부채 해소를 위해 5년간 10조 위안을 지원하는 재정 정책을 발표했지만 실물경기와 관련된 부양책은 언급되지 않아 시장의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선제적 부양책으로 미국을 자극하기보다 대중 관세 현실화 등 트럼프 2기 정책을 일단 관망하는 중"이라며 "관세 충격 상쇄를 위해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할 경우 원·달러 환율도 1400원대에 안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