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미 방송·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에 브렌던 카 현 공화당 소속 FCC 위원을 지명했다. 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트럼프 2기의 실세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머스크의 잇따른 인사 관련 발언이 쏟아지는 가운데 트럼프 측근들이 불쾌감을 표하는 등 내부 갈등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17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카는 언론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전사이며, 미국인의 자유와 경제를 억압하는 규제적 법률 전쟁에 맞서 싸웠다”며 그를 FCC 수장으로 지명한다고 밝혔다. 카는 5명의 FCC 위원 중에서도 보수적인 기조를 대표해 온 인물이다. 소셜미디어와 빅테크 기업에 대한 검열 반대를 주장하는 등 기업 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다만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대해서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강력한 제재 정책을 주장했다.
카는 일론 머스크의 오랜 측근으로도 알려져 있다. 머스크는 최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에게 카를 FCC 위원장으로 지명하는 데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는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 보조금을 받기 위한 머스크의 노력을 지지하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트럼프와 친분을 앞세워 차기 행정부 구성에 개입하는 머스크의 행보에 트럼프 참모진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머스크는 전날 엑스에서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 최고경영자를 “실제로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이라고 호평했다. 러트닉은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 창업자 스콧 베센트와 함께 재무부 장관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이다.
머스크는 베센트에 대해서는 “늘 해오던 대로 하는 선택이 될 것”이라며 “늘 해오던 대로 하는 선택은 미국을 파산하게 만들고 있기에 우리는 어느 쪽으로든 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트럼프가 재무장관 결정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머스크가 자기가 선호하는 사람을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이날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선 캠프 당직자들과 접촉하는 한 인사는 “사람들의 기분이 좋지 않다”며 “머스크의 발언은 그가 공동 대통령으로 행동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며 그가 자신의 새로운 역할에서 선을 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미 NBC방송은 트럼프 측근 사이에서 ‘머스크의 행동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선거 캠페인을 위해 1억5200만 달러(약 2134억원) 이상을 지출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 이후 계속 곁에 있으며 외국 정상과 통화할 때는 물론 정권 인수팀 회의에도 참석했다. 트럼프의 마러라고 골프장에서 트럼프 손주들과도 함께했다. 또 머스크는 전날 트럼프, 러트닉과 함께 뉴욕 메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UFC 대회를 관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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