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서 실적 발표를 앞둔 엔비디아가 급등하며 시가총액 1위를 다시 탈환했다. 기술주들이 크게 반등했지만 한국 증시는 여전히 보합세를 면치 못했다. 이번 주 '밸류업 펀드' 투입이 예고돼 있지만 외국인 수급 회복 없이는 상승 전환이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42% 오른 2482.29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개장 초 0.15% 오르며 출발해 기관의 순매수 전환에 오름 폭을 키웠으나 2490선 회복엔 실패했다. 상승 출발한 코스닥은 0.4%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현물 순매도를 지속하고 삼성전자가 하락하는 등 지수 방향성이 부재한 가운데 오른 업종에 대한 매도와 많이 내린 업종에 대한 매수 등 순환매 장세가 지속됐다"며 "코스닥도 지수 방향성 부재에 테마 간 순환매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에서 기관만 17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고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1800억원, 8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엔비디아 밸류체인에 속한 SK하이닉스 등은 올랐지만 시총 1위 삼성전자에 외국인 순매도가 계속되며 지수 상승 폭을 제한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등 AI 관련주 강세와 원·달러 환율, 미국 10년물 금리 하락 등 대외 환경은 호전됐으나 외국인들이 월간 기준 8월부터 본격적인 '셀코리아'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현재 수급 측면으로는 국내 증시 반등에 저항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외국인은 8월 1일부터 11월 19일까지 코스피에서 누적 17조6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는데 반도체만 19조10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중심 코스피 이익 전망 하향,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손 우려, 미 금리 상승, 트럼프 2기 무역분쟁 리스크가 배경이다.
한 연구원은 "이러한 요인은 1~2주 이내에 소멸되기 어렵다"며 "그간 공격적 순매도가 나타난 반도체, 철강, 미디어, 자동차 등 수급 공백 업종에 투자해 볼 만하지만 그 성과를 내려면 결국 외국인 순매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거래소가 21일부터 2000억원 규모 밸류업 펀드를 투입해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 및 지수 구성 종목과 지수 미편입 밸류업 공시 종목 투자를 시작한다고 밝혀 증시 회복보다는 밸류업 관련주 상승에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다음 달 20일 밸류업 지수 종목 추가 특별 편입이 예고된 가운데 이미 편입됐거나 편입이 예상되는 금융, 음식료, 자동차, 통신주가 상승세를 보였고 연말 배당시즌을 앞두고 배당성향이 높은 업종 위주로 상승세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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