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中 인재 걱정 덜어주는 '차이나 유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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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입력 2024-1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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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AI(인공지능) 기업 창업자들의 5대 출신 기업 중 2곳이 외국 기업이다.”

중국 스타트업 정보 제공업체 IT주쯔가 최근 내놓은 ‘중국 AI 창업자 경력 통계 보고서’ 내용이다. 학·석·박사 학위 취득 후 바로 창업하는 경우는 1% 미만으로 극히 드물고 대부분 업계에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후 창업에 뛰어드는데, 그 밑거름이 되어주는 기업 중 40%가 외국 기업이라는 것이다.

중국 AI 기업 창업자들의 출신 기업 5위권에 든 외국 기업 2곳은 마이크로소프트(MS, 2위)와 구글(5위)이다. 출신 기업을 25곳으로 넓혀보면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13곳이고, IBM·인텔·오라클·삼성 등 외국 기업도 12곳에 달했다. 최근 기자가 접했던 중국 AI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이력과 오버랩되는 부분이다.

지난달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대표 로보택시 기업 위라이드의 공동 창업자는 MS와 페이스북에서 엔지니어로 일했고, 중국판 챗GPT ‘키미’를 개발한 문샷AI는 메타와 구글 출신, 스마트 안경 개발업체 이븐 리얼리티는 애플 출신이 각각 설립했다. 미국 기업에서 실력을 키운 중국 엔지니어들이 본국으로 귀국해 창업하며 중국 기술 발전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기술패권을 놓고 미중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애국심이 발동된 걸까’라는 추측을 해볼 순 있지만, 사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이들이 글로벌 기업에서의 안정적인 커리어를 포기하고 고국으로 귀국해 창업이라는 꿈을 펼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문샷AI의 양즈린 창업자는 한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창업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로 ‘완벽한 환경’을 꼽으며 “정부 정책과 벤처 투자 지원, 보유한 인재 수에 있어 창업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했다. 지난해 중국 국유기업의 엔젤투자 금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는 대부분 기술 기업으로 유입됐다. 중국은 경기 침체로 허덕이는 와중에도 올해 상반기 3440억 위안(약 65조원)에 이르는 역대 최대 규모 반도체 육성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당장의 출혈은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중국은 인재 유치의 기반이 되는 교육 역량 강화와 연구 환경 개선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2015년 세운 ‘쌍일류’(双一流·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과 학과를 만든다는 목표) 계획을 통해 현재까지 150개 대학, 500개 학과에 2560억 위안 이상의 연구 자금을 지원했다. 학자 영입에도 공을 들이면서 나노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미국 조지아공대의 왕중린 종신 석좌교수 등 올해에만 4명의 고급 두뇌가 귀국을 결정했다.

몇 년째 인재 유출을 우려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씁쓸해진다. 

이지원 기자
이지원 국제경제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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