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김치를 담그는 김장은 우리나라 전통적인 겨울 준비다. 김장은 단순히 김치를 만드는 것을 넘어 가족과 이웃, 친지들이 모이는 중요한 문화적 행사이기도 하다.
다만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이 김장을 '전통적인 문화 행사'라기보다 '비용 부담이 큰 소비 활동'이나 '번거로운 연례 행사' 정도로 인식하는 추세다. 손쉬운 김장을 위해 절임배추·무, 김치양념 등 준비된 재료들이 상품으로 등장했고 김장을 담그지 않겠다는 집도 해마다 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몇 년 사이 김장비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여럿이 모여 김장하는 풍경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특히 올해 기후변화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배추 가격이 급등하면서 김장 수요는 더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aT와 다르게 여타 시장조사기관들은 올해 김장비용이 10~20%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물가정보는 이달 18일 4인 가족 김장비용이 전통시장에서 10.1%, 대형마트에서 9.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앞서 한국물가협회는 지난달 말 전통시장에서 김장비용이 19.6% 증가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김포족(김장 포기족)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김장비용은 aT보다 여타 기관들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더 가까운 것으로 해석된다. 농협이 운영하는 농식품 구독 플랫폼 '월간농협맛선'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23일까지 500여 명을 대상으로 올해 김장 의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72%가 김장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인 가구 증가도 김장 담그는 집이 줄어드는 요인이다. 1인 가구는 김장이라는 규모가 큰 작업을 수행하기 어렵고 한번 담근 김치를 오랫동안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 많은 양을 만들 필요가 없다.
아울러 '편리함'과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활 패턴 변화도 김장 담그는 행위를 그다지 중요한 전통적 행사로 여겨지지 않게 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최근에는 김장을 문화적 의무로 느끼지 않고 '필요할 때만' 사먹는 방식으로 변해가는 모습이다. 전통에 대한 의미나 가치를 느끼는 사람보다 경제적인 여유와 시간 절약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영향이다.
'김장'을 문화로 육성하려는 정부 입장에서 해마다 김장을 담그지 않겠다는 집이 늘고 있는 점은 부정적 요인이다. 최근 중국 등이 김치와 돌솥비빔밥 등 음식을 자신들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소식도 우리 고유의 김장 문화를 하루빨리 다른 나라에 알려야 하는 당위성을 갖는다.
김장을 위해 하루 종일 땀을 흘리며 양념과 배추를 다듬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대단히 수고스러운 일이지만 김장 문화가 지금껏 이어져오는 이유는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상기후로 농산물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김장비용 문제는 올해에 국한되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자칫 김장 문화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이제는 김장을 번거로운 일이라기보다 하나의 공동체 모임이라는 인식을 확산할 필요가 있다. 또 김치 문화 계승을 위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김장을 준비하는 집들이 더 사라지기 전에 다양한 김장 레시피 등을 확보해 이를 상업적 가치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전 세계에 우리 김장 문화가 단순히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들 간에 정을 나누는 문화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공동체 행사라는 점을 국가적으로 홍보해야 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