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를 관통하는 인사 키워드로 ‘TV출연 경험’이 급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행정부 요직에 TV 진행자 출신을 잇따라 발탁하면서다. 여기에 트럼프는 여전히 ‘충성심’과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파격 인사를 이어가고 있다.
AP통신은 21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가 자신의 새로운 행정부를 이끌어갈 사람들을 선정하면서 중시하는 공통적인 특성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TV 경험”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는 19일 미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서비스센터(CMS) 수장에 메흐멧 오즈 박사를 지명했다. 오즈는 2004년 오프라 윈프리 쇼 건강 코너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2009년부터 2022년까지 건강정보 전문 프로그램인 ‘닥터 오즈 쇼’를 진행했다. 트럼프와는 2016년 대선 선거 운동 기간 닥터 오즈 쇼에 출연하며 인연을 맺었다.
차기 국방부 장관으로 낙점된 40대 피터 헤그세스는 폭스뉴스 프로그램 ‘폭스 앤드 프렌즈’의 주말 공동진행자이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교통부 장관에 내정된 숀 더피 전 연방 하원의원은 지방검사 출신으로 2020년부터 토론자로 폭스뉴스에 출연했다. 지난해부터는 폭스비즈니스 TV쇼 ‘더 바텀 라인’의 공동 진행자로 활동해 왔다. 장관급 고위직에 특정 매체 진행자가 두 사람이나 내정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스라엘 대사로 지명된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도 2008년부터 2015년까지 폭스방송에서 ‘허커비쇼’를 진행했고,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으로 지명된 브렌던 카 FCC 위원 역시 폭스뉴스에 출연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선거 전 미 NBC 방송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 출연한 점을 문제 삼으며 인지도를 높였다.
이에 AP통신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자리를 원하는 이들은 폭스뉴스 같은 매체를 통해 사실상 오디션을 보고 있다고 짚었다. 국경문제의 총괄 책임자인 '국경 차르(제정 러시아 황제)'로 임명된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 국장 대행은 폭스뉴스에서 단골 패널로 활동했다. 부통령으로 확정된 JD 밴스 상원의원도 방송에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줘 트럼프의 눈에 들었다는 게 AP통신의 시각이다.
미 CNN은 “TV에서 매력적인 사람들이 자신을 변호하는 것을 좋아하고 리얼리티 쇼에서 유명해진 트럼프로부터 이런 인사가 이어지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트럼프는 2004년부터 NBC에서 방송된 서바이벌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견습생)’를 진행하며 유명세를 탔다. 2015년까지 어프렌티스 진행자로서 트럼프는 성공한 기업가 이미지를 확고히 구축했고, 이는 그의 정치적 자산으로 꾸준히 작용했다.
아울러 트럼프는 충성파 인선도 꾸준히 발탁하고 있다. 트럼프는 2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재 대사에 매슈 휘태커 전 법무장관 대행을 지명한다고 밝혔다. 휘태커는 아이오와주에서 검사로 일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트럼프가 당시 법무장관이었던 제프 세션스를 경질하자 2018년 11월부터 3개월간 법무장관 대행으로 일했다. 그는 트럼프의 충성파로 분류된다. 지난해 7월 미국 NBC가 트럼프 1기 내각 인사 44명과 접촉한 결과 고작 4명만 트럼프 재선 도전을 공개 지지했다고 보도했을 때 4명 중 한 명이 휘태커였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정권인수팀은 백악관에 가상화폐 정책을 전담하는 직책 신설을 두고 디지털 자산업계와 논의하고, 후보 검증에도 나섰다. 백악관에 가상화폐 정책을 전담하는 직책이 신설될 경우 가상화폐 업계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미치는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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