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과 중국의 군사 위협에 대해 논의했다. 취임 후 첫 해외 순방길에 오른 라이 총통이 미국령 하와이를 방문한 가운데 ‘경유 외교’를 적극 펼치는 모습이다.
2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라이 총통은 전날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과 통화했다. 궈야후이 대만 총통부 대변인은 “라이 총통과 펠로시 전 의장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20분간 대화를 나눴다”면서 “반도체 산업, 인공지능(AI),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 위협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두 사람은 대만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면서 “펠로시 전 의장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지역 안보에 상상할 수 없는 영향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궈 대변인은 또한 펠로시 전 의장이 대만의 국제기구 가입을 지지했다면서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앞으로도 대만이 국제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라이 총통은 이날 하와이에서 진주만 공습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지어진 USS 애리조나 기념관 등을 방문하고 조쉬 그린 하와이 주지사, 대만 주재 미국 대사관 관계자 등을 만났다.
6박7일 일정으로 남태평양의 수교국 마셜제도·투발루·팔라우 순방길에 나선 라이칭더 총통은 앞서 지난달 30일 오전 하와이에 도착했다. 그는 이틀간 하와이에 머문 뒤 마셜제도와 투발루를 거쳐 다시 경유지인 미국령 괌에서 하루를 보내고 팔라우로 이동할 예정이다. 마셜제도·투발루·팔라우는 대만과 공식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전 세계 12개국 중 3곳이다.
'하나의 중국'을 주창하는 중국의 압박 속에 외교 무대가 극히 제한된 대만 총통은 수교국을 방문하면서 미국을 경유, 미국과의 관계를 직접 다질 수 있는 계기로 삼아왔다.
한편 중국 정부는 라이칭더 총통이 취임 후 첫 해외 순방 중 하와이를 경유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1일 대변인 입장문에서 “미국이 라이칭더의 ‘경유’를 안배해준 것을 엄중히 규탄하고, 미국에 엄정한 교섭을 제출(외교적 항의)했다”면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자 중·미 관계에서 넘을 수 없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은 사태의 변화를 면밀히 주목하면서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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