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로 환율이 치솟고 증시가 출렁이는 등 금융 및 자본시장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건설 및 부동산 업계도 이번 사태가 시장에 미칠 여파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본시장보다 변동성이 적은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단기적으로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 부동산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관측했다. 건설업계는 환율 변동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국내 정세 불안 등이 해외 수주 경쟁에서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4일 "부동산 시장은 금융·자본시장보다 민감도가 떨어지는 시장이기 때문에 당장 쇼크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 결국 투자의 흐름이 막혀 주택 소비 여력의 감소로 이어지게 돼 부동산 자산 가격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최근 주택 시장이 주춤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불확실성이 가중되며 당분간 부동산 시장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대출 규제,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 등으로 부동산 상승세가 꺾이고 있던 상황에 비상계엄이 '플러스 알파'로 작용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거래량도 줄어드는 등 약세가 이어지는 등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건설업계는 국내 정세 불안으로 인한 주택 경기 위축이나 해외 건설 수주 영향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국내 정세가 불안정하면 해외 수주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건설업계는 지적한다.
A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수주 자체로도 돌발 변수가 많은데 국내 정치 상황마저 변수로 작용하게 되면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진다"며 "해외 수주를 위한 영업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B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전사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문의가 오는 해외 발주처에는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전달하고 있다"며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성이 건설업계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도 변수가 될 것으로 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환율은 건설자재 및 원자재만이 아니라 유가 등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원화의 가치가 떨어져 수입하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결국 공사비 상승을 유발하고 공급 지연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게 되면 가뜩이나 주택공급 부족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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