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이른바 '서울의 밤' 계엄령 사태 이후 만난 부동산 전문가의 얘기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대출규제, 내수 부진 등의 악재로 이미 부동산 시장이 침체의 길로 들어섰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 공백 위기까지 가중되며 시장의 혼란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전문가의 말처럼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온 국민에게 충격을 안겼다. 다행스럽게도 국회의 해제 요구안이 통과되며 2시간여 만에 상황은 종료됐지만, 군사정권도 아닌 2024년에 무장한 군인이 국회에 침투하며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남겼다.
여기에 이 문제를 수습해야 할 정치권도 그야말로 혼돈에 빠졌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폐기되며 야당의 탄핵 재발의와 여당의 투표 거부 등 불안정한 정국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정책의 동력이 떨어지면서 부동산 정책의 최우선 과제인 주택 공급 여건도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주택 27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치를 내놓았다. 올해도 1·10 대책, 8·8 대책 등 굵직한 공급 대책을 2번이나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실적은 인허가 기준 목표 물량의 45%에 불과하다.
국토부는 주택 공급 확대를 계속해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정국 불안이 계속돼 공급 동력마저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당장 지난달 발표한 서울 서초구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한 5만가구 공급 계획과 부동산 대책을 뒷받침할 법안의 국회 통과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대해 '처절한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그 결정을 하기 전에 국가에 미칠 여파를 고려했다면 못 했을 거란 평가다.
일은 이미 벌어졌다. 이제는 정부의 시간이다. 정부마저 탄핵 정국 속에 역할을 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국민들이 지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80%에 육박한다.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인 셈이다. '내 집 마련'은 국민들에게 인생이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경기 침체,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무너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쌓아온 공든 탑은 이미 무너졌다. 무너진 것은 하루로 충분하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중심을 잡고 다시 탑을 쌓아 올릴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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