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년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한 언론매체 인터뷰가 부쩍 많아지고 있다. 중국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심화되는 가운데 내년 트럼프발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중국의 향후 대응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월 들어 경기침체의 대내적 요인과 트럼프 2.0이 가져올 대외적 변수에 대비해 중국 정부의 발걸음이 더욱 바빠지는 모양새다. 매년 12월은 다음해 중국 경제성장의 방향과 중점사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중요한 정부 회의가 집중되어 있는 시기다.
중국 거시경제 정책 방향은 일반적으로 5단계 정책회의를 거쳐 다음해 경제성장률과 재정·통화정책의 방향이 결정된다. 1단계는 12월 초에 개최되는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로 24명의 상무위원과 중앙정치국 위원이 참가해 한 해 경제 문제점과 리스크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차기 연도의 핵심경제 정책방향을 논의한다. 2단계는 중앙정치국 회의 후 바로 개최되는 ‘중앙경제공작회의’이다. 통상 비공개로 진행되며 200여 명의 중앙위원이 참석해 1단계 중앙정치국 회의 내용을 바탕으로 좀 더 세부적으로 논의하는 회의이다. 구체적인 거시경제 방향을 논의하고, 그에 따른 차기 연도 경제정책의 우선순위가 결정되는데 구체적인 수치보다는 추상적인 표현을 통해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3단계는 12월 말까지 경제 부처별로 진행되는 ‘연례공작회의’이다.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확정된 경제정책에 따라 재정부·중국인민은행·상무부 등 각 부처별로 업무배치가 진행되며, 차기 연도 구체적인 사업과 정부보조금 규모의 윤곽을 확정하게 된다. 4단계는 다음 해 1-2월 개최되는 ‘지방양회’로 중앙경제공작회의의 정책 방향에 따라 관련 지방사업과 핵심 어젠다를 선정하고, 당해 연도 지방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결정하게 된다. 마지막 5단계는 매년 3월 초 진행되는 중국 내 가장 큰 정치 이벤트인 ‘양회’이다. 지방 양회를 통해 올라온 각 지방정부의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당해연도 중국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한다. 또한 중국 재정·통화정책의 구체적인 수치와 방향성을 제시하게 된다.
올해 진행된 1단계 중앙정치국 회의(12월 9일)와 2단계 중앙경제공작회의(12월 11-12일) 내용의 핵심은 결국 안정보다는 성장에 방점을 두고, 내수 소비 확대로 귀결된다. 12월 10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 등 10개 국제경제기구 수장과 개최한 '1+10 대화'에서 시 주석이 "5% 내외의 경제성장을 위해 내수 확대와 소비 진작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그런 이유다. 중앙경제공작회의 2025년 9대 핵심 중점 과제에서 소비 진작을 첫째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증시 및 부동산 안정을 처음으로 강조한 것도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우선 실물자산 가치 하락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1단계와 2단계 회의에서 새롭게 등장한 3가지 핵심 키워드를 통해 2025년 중국 경제 거시정책방향을 전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 관례를 깨는(超常规)’ 역주기 조절 정책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역주기 조절(逆週期調節)은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중국식 경제정책 개념이다. 그런데 역주기조절 앞에 ‘기존 관례를 깨는’이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붙었다. 그만큼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내년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재정·통화정책을 총동원해 더욱 적극적인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내년 지방특별채 및 초장기 특별국채 발행 규모를 확대해 지방부채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지난 11월 개최된 14기 전인대 상무위원회 제12차 회의에서 지방정부 부채문제 해결을 위해 향후 5년간 10조 위안(약 1970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는 ‘국무원의 지방정부 채무 한도치환 잠재 채무 심의제청 안건’을 승인한 바 있다. 10조 위안 재정투입은 재정정책이라기 보다는 채무상환의 성격이 강하다. 이미 시장에서는 정부가 내년에 약 4조5000억 위안(약 887조원) 규모의 특별국채, 2조 위안(약 394조원) 규모의 초장기 특별국채를 발행해 지방재정을 지원해 줄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이와 함께, 부동산 가격하락을 막기 위한 부동산 안정기금 및 부동산 구매제한 철폐 등 다양한 부양책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더욱 적극적인(更加积极)’ 재정 정책을 펼쳐 나간다는 것이다. 기존 ‘적극적인 재정정책’에서 ‘더욱(更加)’ 이라는 단어가 추가되었다. 전통적인 사회 인프라 사업이나 민생투자를 넘어 소비확대와 부동산 시장 부양을 위한 재정 부양 강도를 더욱 높여 나간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내년 3월 발표될 리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에서 재정적자율을 기존 3%에서 4%로 상향조정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GDP 대비 적자 비율을 높이면 그만큼 재정지출이 확대된다는 의미다. 2025년 더욱 강력한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가늠할 수 있다. 재정적자율 4%는 약 5조5000억 위안(약 1083조원)의 규모로 1%p 재정 적자율이 늘어나면 기존 3% 대비 약 1조4000억 위안(약 276조원)의 추가 경기부양효과가 나타난다. 또한 소비 촉진을 위한 자동차, 가전제품의 이구환신(以舊換新, 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과 노후장비 교체를 위한 보조금 규모도 올해 1500억 위안(약 29조원)에서 3000억 위안(약 59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에 따라 보조금 지원 범위도 자동차, 가전제품에서 가구·스마트폰·태블릿 PC 등 다양한 IT 전자제품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적절히 완화된(适度宽松)’ 통화정책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중국의 통화정책 기조를 보면, 경기 상황에 따라 크게 ‘긴축(从紧)-적정 긴축(适度从紧)-안정적(稳健)-적정 완화(适度宽松)-완화(宽松)’의 5단계로 구분된다. 경기과열 정도에 따라 긴축과 적정 긴축, 중립상태인 안정적 그리고 경기침체 정도에 따라 적정 완화와 완화로 나누어지게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1997~2006년에는 안정적, 2007~2008년에는 적정 긴축, 2009~2010년에는 적정 완화, 2011~2024년은 안정적으로 경제상황에 따라 변화되어 왔다. 특히,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중국 경기가 침체되었을 때 적정 완화정책을 시행해 2010년까지 지속했고, 2011년부터 올해까지 안정적 통화정책을 유지했다. 그리고 14년 만에 다시 ‘적정 완화’로 전환한 것이다. 지속적인 경기하방 압력에 유동성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년 정책금리와 지급준비율 추가 인하와 그 폭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 중국 경제 매체에서는 내년 기준 금리격인 5년물 대출우대금리(LPR) 인하 폭을 40-60bp 전망하며 부동산 거래가 1-2선 도시 중심으로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5년 한 해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경제성장 해법의 방향성은 명확해 보인다. 경기 부양의 속도와 시기는 트럼프 2.0의 대중국 제재의 무게와 강도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경제가 혼돈과 변화 속에 어떻게 성장을 지속해 나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필자 이력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 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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