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기준금리 인하에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이는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예고한 보편 고율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도 고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연준은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지만 내년 금리 인하 전망치는 대폭 줄이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 9월 당시 점도표에서는 내년 금리 인하 횟수를 0.25%포인트씩 4차례 정도로 봤지만 이번에는 2차례로 줄였다. 점도표는 FOMC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다.
3개월 전과 비교하면 연준의 내년 인플레이션 전망은 2.1%에서 2.5%로,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은 2.0%에서 2.1%로 올라갔고 실업률 전망은 4.4%에서 4.3%로 낮아졌다. 연준은 고용시장이 탄탄하고 경제 성장세가 견조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은 진정되지 않으면서 금리 인하 여력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FOMC 정례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이 다시 높아짐에 따라 금리 전망 중간값도 다소 높아졌다”며 “인플레이션이 더 강해지면 금리 인하 속도를 더 늦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명서에 들어간) 금리조정 폭과 시기라는 표현을 통해 금리 추가 조정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한 시점에 도달했거나 부근에 도달했다는 신호를 보냈다”며 “정책 금리의 추가적인 조정을 고려할 때 우리는 더 신중을 기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새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FOMC 참가자 19명 중 대다수인 10명은 점도표에서 내년 말 기준금리 예상치를 3.75~4.0%로 제시했다. 4.0~4.25%를 예상한 참가자는 3명이었고, 내년 단 한차례도 금리인하가 불가능하다고 제시한 위원도 1명(4.25~4.5%) 있었다. 3.5~3.75%로 전망한 참가자는 3명, 3.25~3.5%는 1명, 3.0~3.25%도 1명이었다.
이번 회의에서는 선제적인 금리 동결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파월은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저하와 관련해 “일부 위원이 사전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책 불확실성을 하나의 요인으로 삼아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을 더 크게 평가하는 위원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하는 고율 관세 정책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왔다고 파월은 말했다. 그는 “일부 FOMC 위원은 트럼프 정책의 경제적 여파를 상당한 조건부로 추정해 자신들의 전망치에 결합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매우 초기 단계로 그들은 회의에서 이를 언급했다”고 했다.
이어 “일부 위원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또 일부는 그렇게 했는지 여부를 말하지 않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파월은 명확한 결론이 아닌 여러 질문을 생각하는 단계라며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정적인 답변을 내놓기에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로레타 메스터 전 클리블랜드 연준 총재는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다양한 관세와 기타 시나리오가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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