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재계에 따르면 2025년 새해 한국 경제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내수 침체와 3고 위기의 가중,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물류비 인상, 통상임금 등 사법리스크 확대에 따른 기업 곳간 잠그기, 수출 역성장 등 역대급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 등 대표 수출기업 5곳의 올 3분기 말 충당부채 총액은 27조1986억원으로 지난해 말(24조8808억원) 대비 9.3% 증가했다. 충당부채란 기업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한 비용이나 손실에 대비해 쌓아놓는 충당금이다. 주로 환율, 각종 소송, 수출 제품 보상비용 등이 포함되는데 기업의 위기 심각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5곳 가운데 증감폭이 큰 기업은 LG전자로, 3분기 충당부채액이 1조4567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1조496억원)보다 38.8% 늘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4조5407억원에서 5조2831억원으로 16.4%, SK하이닉스는 6조5248억원에서 7조1580억원으로 9.5%, 기아는 5조4489억원에서 6조1837억원으로 13.5% 증가했다. 현대차의 경우 3분기 충당부채가 7조1171억원으로 지난해 말(7조3168억원)대비 2.7% 줄어 5곳 가운데 유일하게 줄었다.
이밖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출품 품질보증, 온실가스 초과 배출권 할당 거래 및 환율에 따른 비용을, 기아는 부품수리, 수출 제품 하자로 인한 사고 보상 비용 등을 충당부채에 산입했다. LG전자, 현대차 등도 임직원 급여와 판매보증을 위한 금액을 각각 포함하고 있다.
외부에선 보호 무역주의라는 큰 암초가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관세 전쟁 심화와 이로 인한 물류비 상승 압력은 기업 위기를 더 가중시키는 요소다. 실제 이날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주‧선사로 구성된 응답자의 74.4%는 내년도 해상운임이 상승(39.8%)하거나 현 수준을 유지(34.6%)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수출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당시 삼성전자, LG전자는 수에즈 운하 봉쇄 사태와 글로벌 유가 인상에 따른 물류비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된 바 있다. 2019년 2조원대를 유지했던 삼성전자의 운반비는 2022년 3조원을 돌파했고, 같은 기간 LG전자 역시 1조7000억원대(2019년)에서 4조원(2022년)으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대규모 생신시설이 북미로 많이 이전해 한국 수출 둔화가 내년부터 가시화될 것이고, 환율, 물류비 등 각종 비용 인상으로 기업 수익성 지표도 많이 낮아질 것"이라며 "여기에 정치적 불확실성, 임금인상, 중국 신흥시장 공략에 따른 가격 경쟁 심화 등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상실케 하는 악재가 거듭되면서 기업들이 내년 혹독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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