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로 인한 비아파트 기피 현상과 대출 규제 영향으로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다수의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전세와 월세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출규제 여파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매매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공급 부족까지 겹치며 실수요자들이 전월세 시장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26일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출 규제 강화로 매수를 포기한 이들이 임대차 시장으로 옮겨가면서 전월세 시장의 상승 압력이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매수에 나설 수 없게 된 수요층의 상당수가 전월세 시장으로 유입되면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정국도 시장에서 전월세 수요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 혼란이 커져 관망세가 더욱 짙어지게 되면 수요자들이 매수 시장으로 움직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은 "주요 부동산 정책이 정국 혼란 속에 동력을 잃고 안개 속으로 빠져들면서 시장을 관망하는 이들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매수 대신 일단 전월세 시장을 택하는 경우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올해보다 줄어든다는 점도 임대차 시장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최근 전세사기 여파로 전국적으로 비아파트 시장 기피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가 가격에 미칠 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당장 내년부터 수도권 입주 물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실수요층으로 움직이는 전월세 시장도 공급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워낙 커지다 보니 최근 전월세 시장으로 매매 실수요가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공급 시그널이 나와야 전월세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임차인에게 무한갱신권을 부여하는 임대차법이 발의됐다가 철회되는 등 전세 제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도 시장 불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가 더욱 강화되면 대부분의 임대인은 월세로 전환하거나 매각 후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는 전략을 선택하게 되고 이는 결국 수요자들의 주거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전월세 가격 상승은 주거 취약 계층은 물론 실수요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며 "주거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임차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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