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추락 사고의 원인이 러시아 미사일 때문이라는 예비조사 결과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당국이 예비조사 결과 추락한 자국 여객기가 러시아 대공미사일 또는 그 파편에 맞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추락한 아제르바이잔 항공 J2 8243편 여객기는 전날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출발해 러시아 그로즈니로 향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도중에 항로를 변경했고 카스피해 동쪽으로 건너간 뒤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추락했다.
이와 관련해 WSJ는 사고 원인 조사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해당 여객기를 자국 영공으로부터 우회시키고 GPS를 교란했다고 전했다.
여객기에는 아제르바이잔인 37명, 러시아인 16명, 카자흐스탄인 6명, 키르기스스탄인 3명 등 67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 중 38명이 숨졌다.
사실 러시아 오인 격추설은 아제르바이잔 당국의 예비조사 전부터 제기돼왔다. 여객기가 지나던 러시아 북캅카스 상공은 최근 몇 주간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의 표적이 됐던 지역이었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날 밤까지 우크라이나 드론 59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특히 여객기 추락이 발생하기 불과 3시간 전에도 우크라이나 드론 1대가 그로즈니 서쪽 블라디캅카스 상공에서 격추됐다.
이에 미국 등은 당시 그로즈니에서 러시아 방공망이 작동 중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여객기가 러시아 방공시스템에 격추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 미국 당국자는 "초기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의 방공망이 아제르바이잔 항공기를 공격했다는 징후들이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 당국자 안드리 코발렌코는 여객기 일부와 내부 구명조끼 등에 난 구멍을 근거로 러시아 방공시스템에 의해 격추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객기는 러시아에 의해 손상됐고 그로즈니에 비상착륙해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는 대신 카자흐스탄으로 보내졌다"라고 지적했다.
사고 여객기 꼬리 부분에 구멍이 여럿 난 것을 들어 미사일이나 방공 시스템 작동의 결과로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잇따랐다. 여객기 꼬리 쪽을 살펴보면 지대공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맞아 생긴 듯한 충돌 자국과 작은 구멍들이 확인된다고 외신들은 짚었다.
러시아 군사 활동을 추적하는 비영리 조사단체 '분쟁정보팀'(CIT)의 루슬란 레비예프는 "비행기 동체에 난 구멍은 공대공 미사일에 탑재되는 종류의 발사체와 '판시르-S1'과 같은 방공 시스템에서 발사되는 대공 미사일로 인해 받은 충격과 매우 유사하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러시아는 섣부른 추측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현재 추락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며 결론이 나오기 전에 가설을 세우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 항공 당국은 사고 여객기가 비행 중 새 떼와 충돌해 추락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객기 추락지인 카자흐스탄도 격추설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인 카나트 보짐바예프 카자흐스탄 부총리는 러시아 방공 시스템에 의해 비행기가 추락한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언론의 추측성 보도는 모두 특정 정부(아제르바이잔) 소식통에서 나오고 있지만 우리는 러시아나 아제르바이잔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정보를 얻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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