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반도체 업종 근무 시간을 유연화하는 내용인 '반도체 특별법'의 연내 국회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지난 26일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를 열었지만, 반도체 특별법 심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국민의힘 의원총회와 본회의 일정 등으로 산회했다.
법안 처리의 지연으로 전방 수요부진, 중국 추격, 미·중 분쟁 여파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불확실성도 깊어질 전망이다. 각국이 반도체 산업 패권을 놓고 첨예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탄핵 정국'을 맞으면서 재정·시설 등 지원 정책도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월간 웨이퍼 15만장 내외를 생산하는 메모리 팹 건설에 용지 및 인프라, 건축, 설비 반입 등을 포함해 10조~20조원이 필요하다. 정부 지원 등을 바탕으로 시장 진입에 성공하더라도 높은 고정비 부담 완화를 위해 수율 및 가동률 극대화를 통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메모리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고민이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DDR4 8Gb 평균 고정거래가는 한 달 만에 20.6% 하락한 1.35달러를 기록했다.
가격 하락은 중국의 공급과잉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D램 제조사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D램 생산능력(CAPA) 점유율은 올 3분기 11%를 기록하며 3위 마이크론(18%)을 바짝 추격 중이다. CXMT는 반도체 자급률 제고를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을 바탕으로 생산라인을 공격적으로 확장해 내년 말에는 마이크론과의 점유율 격차가 2%포인트(p) 내외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공급량도 빠른 속도로 증가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레거시 D램 사업의 수급 불균형 심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메모리 3사의 2분기 비트 출하량 기준 DDR4 및 LPDDR4 이하 비중은 40% 중반대로 여전히 높고, 업계 내 생산 여력도 수요 대비 충분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IT기기의 전반적인 수요 약세도 메모리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 하반기 들어 인플레이션 부담 및 중국의 내수 회복 지연 등 불안정한 경기흐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OEM 및 메모리 모듈 제조사들이 축적해 놓은 재고의 소진이 늦어지면서 유통 시장 내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국내 메모리 업계는 미국의 대(對)중 반도체 수출 통제로 인한 불확실성에도 노출돼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의 우시, 대련, 시안에 소재한 팹에서 메모리 칩의 20~40%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첨단 노광장비인 EUV(극자외선)의 중국 내 반입 불가로 차세대 공정 전환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대중 수출 규제도 추가되면서 제조사의 실적도 이에 따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김웅 나신평 기업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트럼프 2기의 보편적 관세 부과로 인한 IT제품의 수익률 하락은 제조사의 원가 인하 유인으로 작용하고, 중간재인 반도체 가격 인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중국에 대한 고율의 차등 관세 적용 시 환율 정책 등을 통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중국 제조업이 위축될 수 있으며, 이에 중국 외 지역에서 제조 역량이 대체되기 전까지 메모리 수요도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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