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여파로 정치권이 일시적 '휴전' 상태에 들어갔다. 그러나 '쌍특검법'(내란·김건희 특검법) 공포와 헌법재판관 임명이라는 '뇌관'이 여전히 남아있어 정국이 언제든 다시 소용돌이 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신중하게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서 설득도 하고 대화도 할 것". 지난 27일 한덕수 국무총리를 탄핵하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쌍특검법 공포와 헌법재판관 임명을 촉구하던 더불어민주당이 한발 물러섰다. '최 권한대행이 특검법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바로 탄핵을 추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이 이같이 대답한 것이다.
당 차원에서는 '국가애도기간 당 품위 유지 요청의 건'이라는 공문을 시·도당위원장과 지역위원장에게 보내 정치 현안과 관련된 활동을 지양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5선 중진인 박지원 의원은 30일 아예 "(최 권한대행 탄핵은) 옳지 않다"며 "책임 있는 민주당 지도부나 중진들은 그러한 일을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이 탄핵 신중론으로 선회한 것은 한 총리 탄핵,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퇴 등으로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에서 지난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수습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또 사고의 엄중함뿐 아니라 경제 악화, 대외 신인도 하락 등 한국 사회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무위원 '릴레이 탄핵'을 기존과 같이 언급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우려가 커지면서다.
민주당은 우선 최 대행 탄핵에 대한 마지노선을 정해두지 않고 최대한 믿고 기다려 보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공은 최 대행에게로 넘어갔다. 당장 쌍특검법 공포 시한인 내년 1월 1일이 첫 시험대다. 이날은 지난 12일 국회를 통과해 17일 정부로 이송된 쌍특검법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시한이다. 최 대행이 공포나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해당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
일각에서는 최 대행이 하나는 거부하고, 하나는 받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쌍특검법을 거부하고,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안이다. 민주당은 최 대행이 탄핵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을 지속적으로 우려해 온 만큼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것이라는 긍정적 관측을 하는 중이다.
반대로 쌍특검법을 수용하고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 안도 언급된다. 탄핵 이후 새로 꾸려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쌍특검법의 위헌 조항을 삭제하는 조건으로 특검법을 수용하자고 최 대행 측에게 제안할 수도 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만약 거부권이 행사돼서 국회로 되돌아온다면 야당과 위헌적인 조항을 삭제하는 방법으로 충분히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 총리 탄핵으로 첫 회의도 하지 못한 채 무산된 '여야정 협의체'가 다시 꾸려져 정국 현안을 두고 여야가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된 권영세 의원은 30일 취임사에서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 지금 국회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여야정 협의체의 조속한 재개를 제안했다.
다만 민주당은 최 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거부하면 탄핵하겠다는 입장을 기본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진정한 국정 안정은 '내란 진압'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쌍특검법 공포와 헌법재판관 임명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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