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하자 일본은 축하와 함께 미·일 협력 강화 및 이를 위한 조속한 미·일 정상회담 성사에 대해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와 동시에 ‘미국 우선주의’를 내거는 트럼프 정권의 재집권으로 안보와 경제 분야에 미칠 타격을 예의 주시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경제 분야에 있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 공언한 대로 신규 관세 부과 조치를 시행해 일본 산업 전반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는데, 멕시코는 도요타자동차와 혼다 등이 미국 수출의 거점으로 삼아온 곳이다.
아사히신문은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캐나다와 멕시코로부터의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밝혔다”면서 “이는 일본 산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보다 인건비가 싼 멕시코나 자동차 산업 집적도가 두터운 캐나다에 공장을 설립해 왔다. 도요타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공장 3곳, 혼다도 양국에 공장 2곳을 보유하고 있다. 닛산은 멕시코에 공장 2곳, 마쓰다도 공장 1곳을 갖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이 이들 국가로 진출하면서 부품 및 재료 제조 업체 등 관련 기업들도 둥지를 틀었다. 관세로 인해 대미 수출이 지연되면 관련 업계 전체에 역풍이 불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일본에겐 이와 관련한 쓰라린 기억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취임 당시 도요타를 표적으로 삼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해 1월, 멕시코에 신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던 도요타에 대해 트럼프는 “말도 안 된다. 미국에 공장을 짓든지 세금을 더 내든지 하라”며 트위터(현·엑스)를 통해 저격했다. 도요타는 5년간 100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0조8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하며 수습에 진땀을 흘렸다.
도요타는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을 앞두고 미국 제너럴 모터스(GM)나 미국 포드 모터스와 같은 액수인 100만 달러(약 14억3650만원)를 기부했다. 도요타가 대통령 취임식에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공영 방송 NHK는 “트럼프 정부가 실제로 관세 인상을 남발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상대국의 관세 맞대응으로 ‘관세 전쟁’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며 “일본의 효자 수출 상품인 자동차가 입을 타격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통상정책에 관한 대통령 각서를 보면 미국의 무역적자 원인과 타국에 의한 불공정 무역관행, 환율조작 등에 대해 조사하도록 명하고 있다. 아사히는 이에 대해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면서, 동시에 (관세 대신) ‘기타 정책’ 등을 취할 가능성도 명시해 신중함도 엿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관세를 ‘딜(거래)’의 재료로 삼으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일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완화를 조건으로 방위비 증액 등을 요구하는 ‘거래 외교’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국내총생산(GDP) 5% 수준의 국방비 지출을 요구한 만큼 일본에 대해서도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우선 내달 미·일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집중하고 있다. 이에 앞서 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미·일 동맹 강화를 재확인하고 일본 경제 악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여론 역시 트럼프의 재집권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20일 보도한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식 미국 제일주의’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72%가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불안하지 않다’는 응답은 21%였다.
일본으로서는 우선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예고한 ‘고관세’로 인한 자동차 산업계의 불안과 방위비 증액과 관련한 미국의 압력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있다. 아울러 이전 아베 신조 정권과는 달리 이시바 정권의 경우 트럼프 취임 전 정상간 만남을 성사시키지 못하면서, 향후 관계 구축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주미 일본대사를 지낸 스기야마 신스케 와세다대 특임교수는 아사히신문에 “일본 정부나 국회의 대응이 조금 늦은 게 아니냐”며 일본 정부의 빠른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