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백악관에 복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더 강력해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반도체 자립’ 의지를 꺾을 수 있을까.
트럼프는 첫 임기 때인 2020년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와 중국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중신궈지(SMIC) 등을 수출 거래 제한 목록인 일명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미중 반도체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당시 대결은 중국의 완패였다. 미국 기업의 반도체에 의존해왔던 화웨이는 이후 최신 스마트폰 출시가 불가능해졌고, 미국 제재 발동 이듬해인 2021년에 매출이 28% 넘게 급감했다.
하지만 미 제재 3년 뒤인 2023년, 화웨이는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자체 설계한 7나노(nm·10억분의1m) 반도체를 탑재한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를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이 반도체는 SMIC가 생산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 전략을 통해서다. 중국은 저성능의 구형 반도체를 여러 개 결합하거나 구형 장비를 활용해 레이저를 여러 번 쪼이는 식으로 첨단 반도체·장비와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구현해내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2기' 4년 동안 이어질 AI를 둘러싼 더 치열한 경쟁도 준비 중이다. 중국의 올 한 해 정책의 핵심을 엿볼 수 있어 3월 양회(兩會) 최대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총리의 정부업무보고 초안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의견을 제시하는 회의가 지난 21일 열렸는데, 이 회의에 량원펑 딥시크 창립자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딥시크는 2023년 7월 중국 항저우에 설립된 AI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12월 AI 학습에 필수인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 없이 저사양 반도체만으로 오픈AI의 챗GPT를 뛰어넘는 AI 챗봇을 개발해 내며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술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이에 리창 총리가 딥시크 창업자에 회의에 참석할 것을 요청했고, 이는 AI가 올해 중국 국가 전략에서 우선순위임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시장도 미국의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자립의 속도를 높인다고 본다. 미 상무부가 새로운 대중 AI 반도체 수출규제를 발표했던 지난 14일 중국 증시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강한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의 규제 강화가 중국 반도체 자립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며 ‘반도체 랠리’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대중 강경파가 전진 배치된 트럼프 2기의 중국을 향한 공세 역시 강력할 전망이나, 이미 활활 타오르고 있는 중국의 반도체 자립 의지를 꺼뜨리기엔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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