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는 올해 오픈소스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최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자원 제약이 엄청난 방식으로 스스로를 재창조하도록 하는 지를 보여준다."
짐 팬 엔비디아 수석 연구과학자가 새해벽두 엑스(X, 구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중문명·深度求索)가 12월 말 출시한 AI 모델 'V3'의 놀라운 결과물에 감탄해 내놓은 글이다.
美제재 뚫고···비용·성능 '두마리 토끼' 딥시크 비결
딥시크는 중국 AI 헤지펀드 하이 플라이어 퀀트(幻方量化)에서 분사해 2023년 7월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설립된 AI 스타트업이다. 딥시크에 따르면 V3는 코딩 벤치마크(성능 평가)에서 오픈AI의 ‘GPT-4o’, 메타의 ‘라마-3.1’ ‘클로드-3.5 소넷’ 등을 넘어섰다.
더 놀라운 점은 딥시크의 V3 개발 과정이다. 딥시크는 AI 학습에 꼭 필요한 설비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최신 고사양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 없이 V3를 개발해냈다.
딥시크는 V3를 개발하면서 엔비디아의 저사양 반도체 H800 GPU 2000개를 약 두 달에 걸쳐 훈련 시켰을 뿐이다. 비용으로 따지면 557만 달러(약 82억원) 정도다. 미국 오픈 AI GPT4이 투입한 7800만 달러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 구글 제미니 울트라(1억9100만 달러), 메타 라마 3.1(6억4000만 달러) 훈련비용에도 훨씬 못 미친다.
이는 전문가 혼합(MoE, Mixture-of-Experts)'이라는 기술을 활용해 학습 효율성을 높인 덕분이다. MOE 기술은 특정작업에 적합한 '전문가' 모델만 선택적으로 활성화해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계산량을 대폭 줄여 성능과 효율성 모두를 높이는 방식이다.
딥시크가 남들보다 적은 비용으로 강력한 AI모델을 개발한 것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AI 회사들이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 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중국 AI 기업들은 고사양 반도체 제재 속 컴퓨팅 파워(데이터 처리 능력)를 높이기 보다는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에 주력한 것.
'족쇄' 차고 춤추는 中 AI 스타트업
중국 다른 빅테크도 마찬가지다. 중국 인터넷기업 텐센트가 지난해 선보인 AI모델 최신 버전인 '훈위안-라지'도 엔비디아의 저사양 GPU를 사용해 개발한 것이다. 당시 텐센트는 자체 평가에서 훈위안-라지의 성능이 미국 최고의 오픈소스 모델들을 능가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리트윅 굽타 국방혁신단 수석 AI 과학자 겸 UC 버클리연구원은 미국 타임(Time)지에 “중국 기업들이 더 나은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를 더 잘 사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딥시크 뿐만이 아니다. 중국 AI 업계에서 ‘여섯 마리 작은 용’으로 불리는 AI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들도 미국의 반도체 제재와 텐센트·알리바바·바이트댄스 등 빅테크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기만의 차별화된 방식으로 가성비 좋은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즈푸(智譜), 미니맥스(MiniMax), 바이촨(百川), 문샷(月之暗面), 스텝펀(階躍星辰), 01.AI(零一萬物) 가 그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AI 스타트업들을 “족쇄(미국 제재)를 차고 춤을 추는 사람들”에 비유했을 정도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투자 지원을 받는 AI 스타트업 문샷이 대표적이다. 문샷이 2023년 11월 출시한 AI 스마트 챗봇 '키미'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지난해말 기준 월간활성화이용자 수(MAU)만 3600만명을 자랑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바이트댄스의 AI 대형 모델 더우바오 MAU(5650만명)에 이은 2위다. 키미는 단일 대화에서 200만자까지 입력이 가능할 정도로 장문처리에 특화된 챗봇이다. 이는 한번에 500개 문건을 정독할 수 있는 수준으로, 특히 대학교수나 금융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2021년 12월 설립된 미니맥스는 소셜 AI 경험과 자신만의 대화형 성격을 지닌 캐릭터 챗봇이 강점이다. 현재 캐릭터 AI 챗봇의 중국 내수용 '싱예'와 해외버전용 ‘토키’를 비롯해 생성형 영상AI '하이뤄' 등을 출시해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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