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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를 자처하며 국내 증시를 견인해온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싸늘하게 식었다. 지난해 변동성을 보이면서 해외주식으로 눈 돌린 개인투자자가 많아졌고, 차익실현 매물이 겹친 영향으로 보인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최근 두 달간(1월 2일~2월 19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약 2조1662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4000억원에 육박하는 순매수세를 나타냈지만 판세를 뒤집었다고 판단하기는 역부족이다.
올 들어 개인 투자자가 매도한 주된 종목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매매 패턴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기관과 외국인은 일부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수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으로는 SK하이닉스(1조9891억원), 두산에너빌리티(5421억원), NAVER(4991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4094억원), 현대로템(2955억원) 등이 포함됐다.
전문가들도 개인 투자자의 이 같은 대규모 매도가 단순한 투자 심리 악화 때문만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연초 17만1200원에서 21만8500원으로 27.63% 급등했다. 이 같은 상승세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대량 매도가 이어졌다. NAVER,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다른 주요 종목도 비슷한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도 방산 및 철도 관련주로 시장에서 관심을 받아왔다”며 “대부분 상승세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 투자자들의 매도 물량 상당수가 차익 실현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이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성장주를 중심으로 코스닥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같은 기간 코스닥에서 9006억원 순매수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기관 자금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외국인 선물 매수세와 개인 투자자의 복귀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수급 주체가 변하게 되면 시장 스타일도 변한다”며 “개인 투자자는 코스닥 시장으로 복귀하고 있는데 전통적으로 바이오, 이차전지 등 성장주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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