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100 - 분양광고

[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성장 엔진 멈춘 대한민국…경제 살리기에 전력해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입력 2025-03-12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경제학에서 경기침체(recession)는 단기간에 경기가 수축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에서 경기변동을 분석하고 있는 전미경제연구소(NBER: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는 2분기 이상 경기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경기침체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비해 불황(depression)은 이러한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는 현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불황의 정도가 심각하면 대공황(great depression)이라고 해서 1929년에 발생한 심각했던 불황이다.
그런데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2분기 이상 경기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경기침체라고 하는 등 경기침체와 불황의 분석 기준은 경제상황에 따라 반드시 숫자까지 비슷할 필요는 없다. 그 나라의 경제 상황에 따라 적절한 수준으로 분석하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라고 하는 1992~2021년까지의 장기불황도 연평균 0.73% 성장률을 지속한 시기다. 전미경제연구소 기준에 의하면 이 정도면 경기침체나 불황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는 수준이지만 일본은 장기불황의 파장이 컸다. 연평균 0.73% 성장률이라면 마모된 기계설비 부분을 보완하는 대체투자 정도만 있고 신규투자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수준이어서 신규 일자리가 거의 창출되지 않아서 청년들이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캥거루족이 속출하고 패기 잃은 일본 청년들의 모습이 지속되었다. 어느새 일본의 임금 수준이 한국의 임금 수준을 하회하는 현상이 지속되어 일본 청년들의 한국행 러시가 일어날 정도였다.
이러한 장기불황으로 인해 한국의 1인당 GDP는 2024년부터 일본을 앞서기 시작했다. 대단한 극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러한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12년 재집권한 아베 신조 총리는 제로금리와 무제한 통화공급을 기조로 하는 ‘아베노믹스’를 2020년 9월 물러날 때까지 추진했다.
1929년 발생한 미국의 대공황과 1992년 발생한 일본의 장기 불황 원인에 대해 여러 분석들이 제시되었다. 이들 중 가장 주목받은 주장이 어빙 피셔(Irving Fisher) 예일대 경제학 교수가 제시한 부채디플레이션(debt deflation) 이론이다. 피셔 교수는 대공황 원인이 부채디플레이션이라고 주장했다. 1929년 급등하던 주가가 폭락으로 반전되며 대공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장기 불황도 부채디플레이션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시 세계 최대 호황을 구가하던 일본의 자산가격이 1985년 플라자합의와 이어진 자산가격 폭락으로 금융회사 부실이 심화되면서 초장기 불황이 시작되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이 상승할 때 많은 대출을 일으켜 자산에 투자하고 자산가격 급등을 초래하다 폭등하던 자산가격이 하락으로 반전하면 대출을 갚지 못해 투자자는 물론 금융회사도 부도가 나면서 경제는 불황이나 심할 경우 대공황으로 빠져든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201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우려되는 불황이나 대공황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 연준 버냉키 의장은 제로금리와 통화를 무제한 공급하는 양적 완화정책을 장기간 시행하기도 했다.
이런 분석을 좀 길게 하는 이유는 지금 한국의 저성장 지속이 상당부분 건설경기 부진에서 비롯되고 있는데도 정책당국자들은 제대로 된 원인분석과 처방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23년 1.4% 2024년 2.0% 2025년 1.5%(한국은행 2025년 2월 전망)으로 3년 평균 1.6%에 머물고 있다. 아직은 1%대 중반이지만 이마저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 경제는 한국 기준으로 장기적으로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불황에 빠져들 우려를 배제하기 힘들 수도 있다.
특히 건설투자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1.6%로 장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1~2월 두 달간만 해도 건설사 103곳이 폐업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급증했다. 중소 건설사뿐 아니라 63빌딩을 시공했던 신동아건설, 경남 2위 대저건설, 시공 능력 83위 대우조선해양건설 등 중견 건설 회사들까지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있다. 롯데건설, GS건설, DL그룹 등 대형 건설사들도 자회사 매각, 본사 건물 매각 등 비상 경영에 나섰다.
원자재값·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 비용은 급증한 반면, 건설 경기 침체로 아파트 미분양이 늘어나 건설 회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 건설업은 철강·시멘트 등 건자재뿐 아니라 이사업, 인테리어업, 음식업 등 다른 업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커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하는 내수 산업이다. 고용 창출 효과도 커 고용 근로자가 200만명을 웃돈다. 지난해 건설 부문 고용이 15만7000명이나 줄었는데, 올 들어서는 감소 폭이 더 늘어나 1월 중 건설 부문 고용이 1년 전보다 16만7000명이나 감소했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2만 가구 중 80%가 지방에 몰려 있어 지방 건설업계는 연쇄 도산 공포에 휩싸여 있는데도 금리를 내리거나 규제를 완화하면 서울 강남3구나 용산구 집값이 오를 걱정만 하고 있다. 한은 총재도 비슷한 이유로 금리 인하를 주저하고 있다는 언급을 한 적이 있다. 2022년부터 문제가 되기 시작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문제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이 먹고살고 있는 수출은 금년에 재화수출의 경우 0.9%에 머물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하고 있다. 대중국 수출은 줄고 대미국 수출은 관세 등 각종 규제로 이 정도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불투명하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수출 전망이 어두우니 설비투자 증가율은 2022~25년(전망) 연평균 1.2%에 불과하다. 이러니 일자리가 생길 리 없다.
일자리가 안 생기니 민간소비가 늘 수 없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2023~2025(전망) 평균1.4%에 불과하다. 이러니 자영업이 말이 아니다. 30일 통계청 ‘연도별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사업자 수는 약 98만6000명으로 집계 기준이 바뀐 2006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국회 ‘최근 10년간 개인사업자 현황’ 자료를 보면 대표적인 자영업인 소매업과 음식업의 폐업률은 20%를 넘겼다. 신규 창업 대비 폐업 비율은 79.4%로 가게 10곳이 문을 여는 동안 8곳이 문을 닫았다.
금년은 더 어렵다는 전망이다. 트럼프 통상정책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국내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이달 24일 발표된 소비자심리지수가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으며, 27일 기업경기실사지수(BSI)의 전망치도 2년 10개월째 기준선을 하회하며 역대 최장기 연속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적으로 한국 경제는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불황은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일본의 경험에서 잘 보아왔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도 균형 잡힌 시각이 중요하다. 지금은 부채디플레이션으로 인한 금융 부실 차단과 역전세 대책에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다.
정부가 지난해 9월 26일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과 10월 5일 PF 대책을 중심으로 한 ‘금융 분야 주요 대책’을 발표했지만 3기 신도시 3만 가구 건설, PF 보증 확대(10조원), 정책자금 지원(7조2000억원), 정상화펀드 조성(2조2000억원) 등은 우선 눈앞의 위기설 진화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조족지혈일 뿐이다.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 이미 실패한 정책 기조를 시장친화적으로 전환하는 일이 시급하다.
트럼프 관세폭탄을 눈앞에 두고 있고 중국 경제도 하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천연가스 셰일가스 무기 등 한국이 필요한 물품의 수입 리스트를 제시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면서 돌파구를 찾는 보다 적극적인 통상정책이 절실하다.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에 맞는 협상이 절실한 실정이다. 거대야당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법 등 반기업법에 대해서도 그러한 법들이 일자리를 파괴하는 법이라는 여론을 환기하는 등 여당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소비가 늘면서 자영업자 문제의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미시적 대책 외에 거시안정화 대책도 완전히 재점검이 필요하다. 대외적으로 수출이 급감하고 대내적으로 실업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금리 환율 재정정책으로 구성되는 적절한 거시안정화 대책을 추진하는 일이 시급하다. 1980년대 초반 어려운 대내외 여건에서도 단군 이래 최대호황을 이끌어냈던 정책을 교훈으로 삼을 필요도 있다. 야당도 한국 경제가 비상한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반기업 친노동 재정퍼주기 등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자제하고 경제 살리기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통화연구실장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 ▷한국국제금융학회장 ▷고려대 경제학과·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자유시장연구원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