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말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사회 장악을 위한 MBK파트너스·영풍의 공세와 고려아연 측의 방어 전략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3월 말 정기 주총 안건 상정을 위한 이사회를 이번주 중 개최한다. 핵심은 신규 이사 선임이다. MBK·영풍은 지난달 주주제안을 통해 최대 17명의 신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기존 최윤범 회장 측 11명과 장형진 영풍 고문 1명이던 이사회를 MBK 측 과반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고려아연은 호주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앞세워 영풍 주식을 취득한 뒤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어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9%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했다. 이어 임시 주총에서 이사 수 상한을 설정하고 7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해 최 회장의 경영권을 지키려 했다.
이런 행보는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집중투표제 도입 외 나머지 임시 주총 의결 내용의 효력을 중지하는 가처분 결과가 나왔다.
결국 이번 정기 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활용한 고려아연과 MBK·영풍 간 표 대결이 펼쳐지게 됐다. 고려아연은 우호 인사를 얼마나 이사로 추천해야 할지 고심 중이다. 이사 5명의 임기가 이달 만료되고 현대차 측 인사가 중립인 점을 고려할 때 적어도 6명 이상을 이사회에 진입시켜야 최 회장의 경영권을 지킬 수 있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은 MBK·영풍이 40.97%, 최 회장 측과 우호 지분이 34.42% 수준이다.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MBK·영풍이 신규 이사 17명 선임 목표를 이루기는 어렵다. 업계에선 주총 표 대결을 통해 13대 11 또는 12대 12 구도로 최 회장 측이 영풍·MBK보다 다소 앞서거나 동률을 이룰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변수는 고려아연 지분 5%를 쥐고 있는 현대차, 4.51%를 보유한 국민연금, 지분 7%대로 추정되는 해외 기관투자자 등의 표심이다. 현대차는 당초 최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됐지만 경영권 분쟁 발발 후 관련 이사회 결의에 불참하며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만약 이번 정기 주총에서도 중립을 지킬 경우 최 회장 측은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는 데 한층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반면 지난 4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으로 대주주 MBK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국민연금과 해외 투자자, 소액주주 등이 100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며 경영 역량을 입증한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커졌다. MBK·영풍이 이사회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한편 법조계에선 MBK·영풍이 법원 가처분으로 반전을 꾀한 것처럼 고려아연도 SMC를 활용해 영풍에 소송을 제기하는 식으로 공세에 나설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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