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와 미·중 관세 전쟁 여파로 구리·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안정 국면인 해상 운임도 다시 들썩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3년 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글로벌 경제를 덮친 공급망 대란이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증하는 상황이다.
9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가 예고한 대로 오는 12일 시작될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관세는 시간이 지나면서 올라갈 수 있다"며 고율 관세 압박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불확실성에 재고 확보를 위한 패닉 바잉이 이어지며 원자재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중이다.
실제 제조업 필수 원자재인 구리의 경우 연초 t당 8685.5달러에서 지난 7일 기준 9664달러로 11.3% 급등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상향을 보이던 알루미늄 가격도 트럼프 관세가 본격화하면서 수급 여건이 더 빠듯해지고 있다. 핵심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수출 기업의 제조 단가 상승과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관세 부과를 예상하고 (기업들은)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 제조업 주력인 우리나라도 산업 전반에 걸쳐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며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경우 국내뿐 아니라 수출 기반의 전 세계 제조업에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미·중 간 바닷길 전쟁이 격화하면서 물류 대란 리스크도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조선업 부활과 글로벌 해양 산업 지배력 강화를 위한 행정명령 초안을 마련했다. 중국에서 건조한 선박이 미국에 입항하거나 미국 항만에서 중국산 크레인을 사용하면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김경태 한국해양진흥공사 과장은 "미국의 대중 고율 관세 정책에 맞서 중국 역시 보복 관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 결국 글로벌 공급망과 해운 시장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며 "이런 갈등 속에 대체 항로 활용 증가, 우회 물류 확대, 운송거리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해상 운임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