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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뷰] 尹 석방에서 드러난 민주주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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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기자
입력 2025-03-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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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 취소 신청 인용으로 풀려났다. 법원은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이유를 들며 윤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했고, 검찰 역시 많은 법률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즉시 항고를 포기하며 석방을 지휘했다. 윤 대통령의 석방은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책임론으로까지 번지면서 계엄과 탄핵 정국에 이은 석방 정국으로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모습이다. 더 큰 문제는 윤 대통령의 석방 과정에서 드러난 우리 민주주의의 취약성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지난 7일 윤 대통령이 구속 기간 만료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됐다며 구속을 취소했다. 검찰이 구속 기간 10일 이내에 기소해야 하는데 이를 9시간 45분 넘겼다는 것이 요지다. 통상 구속 기간 계산 기준을 '시간'이 아닌 '날'로 해온 것이 관행이었지만 내란과 탄핵이라는 엄중한 시기에 구속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며 갑작스럽게 구속 취소 사유로 들고 나왔다. 구속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려는 법원의 원칙적 입장이 이해되면서도 법치주의의 핵심 원리라 할 수 있는 일관성을 저버린 결정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검찰도 이 사태에 큰 책임이 있다. 미증유의 사태 속에서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 항고해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었음에도 석방을 지휘했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적법 절차에 따라 소신껏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결과적으로 내란 주범은 불구속, 내란 종범들은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즉시 항고를 포기한 근거가 빈약하다며 반발이 나오는 상황이다.

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드러난 민주주의 위기는 법원과 검찰이 대다수 국민 뜻에 반하는 결정을 내려도 이를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국민 다수가 옳은 판단을 하는데 법원과 검찰이 법률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다른 판단을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판사, 검사를 국민이 통제할 수단이 거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법원과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권의 부재는 반민주적이다.

미국의 법학자로 예일대 로스쿨의 헌법학 교수를 역임한 프레드 로델은 저서 <저주받으리라, 너희 법률가들이여!>에서 "법적 결정을 내리는 법관은 대체로 자신이 결정을 내리는 사건의 결과에 그 어떤 관심(이해 관계)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들이 관심이 있다면 그들은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부인의 법적 판단 과정(결정을 내리고, 이에 원칙을 끼워 맞추는)을 되풀이할 수 있으며 실제로 자주 그렇게 한다. 다시 말해, 그들은 먼저 판결하고 나중에 정당화한다"고 했다. 법률가 자신의 결정이 결과적으로 민주주의 질서에 해악을 미치더라도 그것은 전혀 고려 사항이 아니라는 의미다.

얼마 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미국의 영화배우 진 해크만이 출연했던 영화 <크림슨 타이드>가 있다. 세계 3차 대전 위기에서 외부와 통신이 끊긴 미국 핵잠수함 속 핵미사일 발사 여부를 두고 벌이는 함장(진 해크만)과 부함장(덴젤 워싱턴)의 갈등이 주된 줄거리다. 함장은 오로지 명령에 따를 뿐이라며 핵미사일을 발사하려고 했고, 부함장은 통신을 회복해 지휘부의 '진짜' 명령을 확인해야 한다고 맞선다. 영화 속 함장은 "우리는 민주주의를 수호하러 왔지 실천하러 온 게 아니다"는 말로 부함장을 억누른다. 민주주의를 실천하지 않는 함장의 결정은 결국 핵전쟁인 상황이다. 민주주의를 실천하지 않는 법률가들의 결과도 핵전쟁 못지않은 비극이 아닐까.
 
조현정 정치사회부 차장
조현정 정치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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