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미(美)를 ‘미인’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민속무용에 담긴 섬세함, 흥, 멋 등을 통해 신윤복의 ‘미인’에서 느껴지는 전형적인 미인만이 아닌, 신(新) 미인도를 제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국가대표 연출가’로 통하는 양정웅은 11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무용단 신작 ‘미인’ 기자간담회에서 이처럼 말하며 ‘비틀기’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적인 미(美)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저희 마음속엔 ‘비틀기’가 내재돼 있어요. 여성 무용수들이 모였다고 하면, 당연히 ‘강강술래’가 엔딩을 장식할 것으로 생각하겠죠. 하지만 전통적으로 남성 무용수가 추는 탈춤을 이 페스티벌의 피날레로 정했어요. 고구려의 동맹(제천의식)이나 부여의 연고에서 착안했어요.”

이번 공연을 위해서 ‘어벤저스’들이 모였다. 연출은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등을 감독한 양정웅이, 안무는 ‘스테이지 파이터’를 통해 한국무용의 매력을 대중에게 알린 젊은 안무가 정보경이 맡았다. 의상·오브제 디자인은 30여 년간 ‘보그 코리아’에서 감각적인 스타일링을 선보인 서영희가, 음악은 ‘범 내려온다’로 널리 알려진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의 리더 장영규가 책임졌다. 무대디자인은 최정상 케이팝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 작업으로 주목받은 아트디렉터 신호승이 맡았다.
정보경 안무가는 “‘미인’은 ‘우리의 미’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되묻는 작품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춤사위에는 세월을 관통하는 몸의 기억과 정서가 담겨 있다. 이를 어떻게 새롭게 해석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접근하고 모색했는지가 관전 포인트”라며 “춤의 미학적 개념을 재해석하고 다시 섞어서 저만이 할 수 있는 춤의 방향을 찾아나가는 과정 중에 있다”고 말했다.
탈춤에서 탈을 쓰지 않는 등 관념을 깼다. 정 안무가는 “탈을 쓰지 않는 것은 직관적으로 무언가를 드러내지 않더라도 몸에서 흐르는 기운, 에너지, 뿜어나오는 모든 것들이 이 춤을 해석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의상 제작 역시 관념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서영희 디자이너는 “정보경 안무가가 ‘부채춤에서 꽃을 안 만들 거야’, ‘탈춤에서 탈을 안 씌울 거야’ 등의 얘기를 했다”며 “어디까지 풀어헤칠 것인가가 제겐 큰 문제였는데, 정 안무가와 양 감독 디렉션을 통해 여기까지는 풀어도 되겠다는 힌트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비춤에서는 모자에 라이팅을 달아볼까 등의 아이디어가 몽글몽글 나와서 기분 좋게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정 안무가는 “우리 무용수의 멋”을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스테이지 파이터를 통해서 춤 예술에 스며든 대중들이 있어요. 그분들이 ‘미인’을 보겠다고 연락해와요. 우리 여성 무용수들이 이렇게나 멋있다고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4월 3일부터 6일까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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