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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칼럼] 코앞에 닥친 트럼프 압박 …히든 카드 최대한 동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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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입력 2025-03-1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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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트럼프 2기 관세 폭탄의 후폭풍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연말까지도 미국 경제의 연착륙 전망이 우세했지만 졸지에 경기 침체의 공포감이 엄습한다. 미국 증시가 폭락하면서 전 세계 증시가 연쇄적으로 하향 장세를 보인다.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이 몰고 올 파장에 대한 우려가 조기에 현실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예정대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독불장군식의 일방적 무역 보복을 통한 미국 예외주의 노선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재천명하고 있다. 관세 전쟁에 더해 환율 전쟁을 얹어 레이건 정부 시절 제정된 ‘종합무역법’을 언제든지 꺼낼 수 있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미국에 대해 불공정 무역을 저지르고 있는 국가에 대해 무제한, 무차별 보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4년 만에 복귀한 트럼프가 특유의 오기로 본인이 생각한 바를 임기 초반부터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전임 바이든 정권과의 차별성에 지나치게 방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두 정권의 뚜렷한 차이점은 바이든 정부가 동맹과의 연대를 통해 중국 등 미국의 반대 진영에 대응했던 반면 트럼프 정부는 동맹과 적의 구분 없이 미국의 이익에 반하면 가차 없이 폭격을 가하는 막가파식이다. 과연 이것이 궁극적으로 미국에 약이 될지, 아니면 독이 될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손익계산이 나올 것이다. 미국의 집중적인 과녁이면서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중국에 트럼프의 이런 파상 공세가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미 이를 예상하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한동안 단절되었던 미국 동맹국과의 경제협력 물꼬를 다시 틀 채비다.
 
이제 서서히 화살이 한국 쪽으로 향하고 있다. 정부나 업계에서도 바짝 긴장하면서 대응 카드를 준비하고 있기는 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미궁이다. 트럼프 1기 때는 상대적으로 다루기 쉬운 한국과 같은 상대를 협상 우선순위로 올려 본때를 보였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미국에 이익을 주기보다 손해를 끼치는 국가를 선별하여 우선 공격을 가하는 점이다. 중국, 캐나다·멕시코, EU 등이 한국이나 일본보다 선제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한편으론 단순 관세 폭탄에 더해 마약이나 불법 이민(통로), 방위비 등을 끼워 넣어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소위 말하는 미국식 길들기로 상대의 무릎을 꿇게 하여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전략적 압박으로 이해된다.
 
코앞에 닥친 미국과의 협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먼저 매를 맞은 국가들의 대응 카드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중국은 표면적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내부적으론 민영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와 내수 진작에 초점을 맞춘다. 미국 농축산물에 대해 10~15%의 보복 관세를 매기면서 트럼프 정권의 표밭을 정밀 타격하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하면서 협상과 강경 대응을 병행하는 중이다. 상대적으로 구릴 것이 적은 캐나다가 더 강하게 미국에 맞선다. 새 총리로 경제통 마크 카니로 교체하고, 미국산에 대한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 당분간 강경 태세를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정면 대응 시 피해가 불가피한 멕시코 정부는 플랜 A~D의 4단계 카드로 협상의 끈을 이어갈 태세다.

레버리지 잘 활용하면 전화위복 계기
 
이제 우리도 협상 시나리오를 구체화하면서 히든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협상만 하면 당하기만 한다는 패배 의식에서 탈피하여 이익을 지킬 수 있는 당당함이 필요하다. 숨거나 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우리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협상의 레버리지로 삼아야 한다. 멕시코와 같이 4~5개의 협상 시나리오 플랜을 준비하여 상황에 따라 미국에 일방적으로 밀리지 말아야 한다. 미국은 관세에 더해 주한 미국 방위비 분담금 조정을 끼워 한국 정부를 압박한다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바이든 정권 시절 한국 기업이 미국 제조업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하지 않고 더 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제조업에 투자하라고 강요할 것이다. 자칫하면 다 내주고 빈털터리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기 어렵다.
 
그래도 플랜 A는 기존 한미 FTA와 트럼프 1기 때 양국이 합의한 프레임에 기초하여 협상에 임해야 한다. 당연히 트럼프 측은 FTA를 무시하려고 할 것이지만 지난 1기 때 그들은 한국으로부터 상당 부분을 챙겼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대미 무역적자 축소를 위해 미국산 LNG로 수입선 전환 의지도 설득력 있게 어필해야 한다. 플랜 B는 한국 기업의 미국 제조업에 대한 기여도를 내세워 관세 조치를 유예받아야 한다. 한국의 대미투자는 15년 전만 하더라도 10위권이었지만 작년 215억 달러(약 28조5천300억 원)로 1위로 올라섰다. 이 투자는 현재 진행형이고 지속해서 실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바이든 정권에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미국 정부가 약속한 보조금이 폐지 혹은 축소되지 않는 연속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플랜 C는 한·미 간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배가할 수 있는 제조업에 대한 협력 확대 카드다. 반도체·자동차·2차 전지에 더해 조선·원전·방산·전력·항공에다 AI 등 첨단산업까지 주고받을 수 있는 분야가 가장 많은 나라가 한국이다. 플랜 D는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 입지 약화와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한 포괄적 한·미 제조 동맹이다. 필요하면 일본을 포함하는 3국 동맹이 될 수도 있다. 플랜 E는 방위비 분담은 동결을 목표로 다른 플랜과 연계시켜 최종적으로 합의를 만들어내야 한다. 여하튼 패를 많이 가질수록 좋지마는 현실성이 떨어진 패는 도리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상대의 공세에 주눅이 들거나 지나치게 약점을 파고들면 그르칠 확률이 높다. 테이블에 앉기 전에 쓸 수 있는 카드를 정리하여 협상 도중에 수시로 유연하게 대처하는 지혜와 결단이 요구된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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