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법조계와 탈북민 단체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지난달 11일 50대 탈북민 A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유죄 판결을 내리고 벌금 100만원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A씨는 탈북민들의 재북 가족 송금을 도와 지난 2021년 11∼12월에 총 11회(총 2425만원)에 걸쳐 자신과 중국 내 지인의 은행 계좌를 이용하게 했다.
법원은 A씨가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특별히 경제적 이득을 얻지 않았고, 탈북민들을 돕겠다는 취지로 송금에 가담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벌금형 집행유예를 내렸다.
그러나 집행유예 판결에도 A씨 측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A씨의 법률 대리인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법원이 탈북민들의 불법적 송금 동기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소액 벌금형의 집행유예 선고로 A씨를 실질적으로 처벌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럽다"면서도 "경찰이 비인도적이라는 외부 지적을 수용해 스스로 수사를 중단한 만큼 기소된 탈북민들에 대해서도 죄를 묻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법조계에선 합법적인 송금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북 가족 송금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비인도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경찰도 관련 수사를 중단한 상태다.
이번 사례에 앞서 다수의 탈북민들은 관련 혐의로 줄줄이 유죄 판결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탈북민 B씨도 국내 중개인 역할을 하다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로 벌금 200만원 약식명령을 받았다.
북한을 탈출한 탈북민은 북한의 가족들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수백만 원씩 송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과정은 여러 단계의 브로커를 통해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탈북민들은 송금액의 40~50%에 달하는 고율의 수수료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중국 측 브로커가 탈북민의 가족에게 제대로 돈을 전달했는지도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탈북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역대 정부는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도적 차원에서 이를 묵인했다. 북에 있는 가족의 생계가 어려운데도 합법적으로 송금할 길이 없고, 한 사람당 송금액도 크지 않다는 이유를 참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23년부터 탈북민 대북 송금 관여자와 이용자에 대한 경찰 수사를 진행해 과도한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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