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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칼럼] 이론과 현실 …양회가 남긴 '시진핑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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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입력 2025-03-1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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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한해 중국 정치 일정의 시작을 알리는 두 개의 회의, 제14기 3차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全國政協)와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代), 즉 양회(兩會)가 막을 내렸다. 중국은 해마다 최고 국정 자문 기구인 정협과 헌법상 최고권력기구인 전인대를 통해 한해 국정운영의 시작을 알린다. 특히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중국 최고권력기구의 최고 집행기구인 국무원의 총리가 정부 업무보고(政府工作報告)를 발표하고 전반적인 시정(施政) 방향을 심의·확정한다. 이 보고에는 경제 성장률 목표 제시와 함께 예산안, 외교 방침은 물론 대만 문제나 각종 사회 문제의 처리 방향 등이 포함된다.
특히 올해는 중국 내부적으로는 <14차 5개년 경제·사회 규획>의 마지막 해로 중국 시진핑 지도부가 계속 강조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중간 성적표를 제출하는 해이기도 하다. 여기에 수년간에 걸친 경제 부진, 특히 내수와 부동산 침체, 누적된 지방정부 부채 문제, 급감하는 외자 유입, 개선되지 않는 높은 청년 실업률 문제에 구조적인 농촌 및 농업 문제를 비롯해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 국내 경제·사회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열렸다. 더욱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압박을 공언하면서 중국을 도전자의 반열에서 완벽하게 좌절시키겠다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통상·무역은 물론 외교·안보적 리스크까지 심화한 상황이라 중국의 대응과 관련해 세계적 주의를 끌었다.
중국은 올해 양회를 통해 ‘시진핑 체제’와 ‘당’ 중심 정치에 방점이 찍혔던 예년 양회와 달리 정치적 변화는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인 민생·경제회복에 주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전국 양회를 앞두고 31개 지방정부에서 개최된 양회도 전체적으로 전년보다 경제 성장률 목표를 -2.0%에서 0.5%p 하향 조정해 중국이 봉착한 경제 위기를 그대로 반영할 만큼 경제회복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특히 민생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사회적 불안이나 불만의 조짐도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다.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의 내·외신 기자회견도 2년 연속 열리지 않았고, 2023년 전인대 폐막 연설을 했던 시진핑 주석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폐막 연설을 하지 않았고 별다른 정치적 메시지도 없었다.
일단 중국 정부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와 같은 5% 내외로 제시했다. 당면한 경제회복을 위해 중국 당국은 최우선 과제로 내수 진작을 제시했다. 또 재정 적자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유지하던 수년간의 관행을 깨고 4%로 상향 조정하고, 통화정책을 ‘안정’ 기조에서 ‘적당히 완화’해 지속적인 투자 확대와 유동성 공급 의지를 밝혔다. 게속 부진한 주택시장 활성화, 증시 안정도 처음으로 정부 업무보고에 포함됐다. 이를 위해 특별 국채를 발행해 소비 프로그램에 투입하고 곧 소비 진작 특별 행동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를 약 2%로 제시해 전년 대비 1%포인트 낮췄는데 이는 중국 정부가 수요 부진과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인정하고 눈높이를 낮춘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 중국 경제의 또 하나의 화두는 과학 기술 정책이다. 주지하다시피 시진핑 지도부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50년 종합 국력 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가 되기 위해 자립적인 ‘과학기술로 무장된 사회주의’(科技社會主義)를 강조한다. 마침 중국산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부상은 시진핑 체제가 강조하는 ‘신품질 생산력’(新質生産力)의 표본이 되었다. 중국발전개혁위원회는 3월 6일 기자회견에서 작년 중국의 새로운 산업이나 업태 및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지칭하는 3신(新) 경제가 전체 중국 GDP의 18%를 상회하는 등 하이테크 산업이 중국 경제를 선도하고 있음을 밝혔다. AI 체화 지능로봇과 6세대(6G) 이동 통신, 휴머노이드 로봇, AI 스마트폰·PC, 인재 투자 등 전면적 중국 진흥 전략 추진을 위한 과학기술 지출액을 전년 대비 10% 증액했다.
또 하나의 화두는 중국 정부가 민영경제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2월 17일 6년 만에 민영기업 심포지엄을 열고 빅테크 기업가에게 국가발전을 위한 역할을 주문했다. 그동안 강조했던 ‘공동 부유’와 함께 ‘선부(先富)론’도 다시 강조하며 민영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 실행과 공정 경쟁 보장 등을 약속했다. 이는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경제 성장과 기술 자립을 위한 기업 협력 유도 및 과거 빅테크 규제 완화의 신호 발신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업들도 AI 분야에 투자를 약속했으며, 이번 양회에서 언급된 몸체를 갖춘 지능, 즉 구신지능(具身知能/Embeded intelligence)이나 기업의 전문성과 정밀성, 특수성이나 새로운 분야에 경쟁력을 갖춘 가젤(Gazelle)기업 등을 강조한 것 역시 민영기업의 선제적 역할을 기대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속적 투자도 예상된다.
더욱 첨예화될 미국과의 관세 전쟁에도 승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러나 미국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중국은 계속해서 중·미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에 힘쓸 것이라며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했다. 또 대만과 관련해서는 정부 업무보고에서 지난해와 같이 ‘평화통일’이란 구절이 삭제됐고, ‘조국 평화 통일프로세스’는 ‘조국 통일 대업’으로 대체돼 대만 통일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다시 강조됐다. 군비 증강 차원에서 매년 관심을 집중시키는 국방예산도 작년 대비 7.2% 증액됐다. 특이하게 외교 예산이 전년 대비 8.4% 증액됐다. 외교 예산 증가는 중국이 계속 강조하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교류 확대는 물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정책에 시달리는 관련국들과의 연계를 추진하겠다는 외교적 고려가 포함됐을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올해 시정 방향에 대한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중국이 이미 회복 불능의 위기에 들어섰으므로 어떠한 정책을 펼쳐도 향후의 시간은 소위 ‘쓰레기 시간’(garbage time)에 불과할 것이라는 인식과 함께, 중국에서는 여전히 다양한 정책적 창조성이 발휘되고 있으며 종교적 낙관주의에 가까운 자신감으로 인해 난국 돌파가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혼재한다. 특히 최근에는 13년째 세계 제조업 1위인 강력한 제조업 능력과 AI 분야를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집중 투자는 적어도 중국을 쓰레기 시간에 머물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딥시크나 휴머노이드 로봇 열풍 등은 민영경제 영역에서 새로운 산업 발전의 가능성과 자신감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중국은 트럼프 2기 정부가 러·우 전쟁 종식이나 우방과 동맹도 가리지 않는 좌충우돌식 관세 정책, 이민, 마약, 인플레이션 문제에 집중한 상황에서 일정한 시간을 벌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부 업무보고에는 중국의 구조적 고민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면서 토지 사용권 매매를 주 재정 수입원으로 하는 지방정부 부채 감소가 여하히 가능할지 미지수다. 5%의 경제 성장을 독려하면서 GDP 3%의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고, 소비 확대를 추진하면서 주민 소득 증대를 강조하기도 하고, 국유기업과 민영기업의 동시 발전도 상호 모순적이다. 철저한 과학기술 자립과 해외 하이테크 기술기업의 대중 투자 유치가 어떻게 절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만일 이들 문제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면 중국 당국의 심혈을 기울인 이 정책들은 다시 신뢰를 잃은 언어의 유희로 전락할 수도 있다.
 
 
강준영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대 교수 ▷대만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 중국 정치경제학 박사 ▷한중사회과학학회 명예회장 ▷HK+국가전략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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