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다음 달 2일(현지시간) 전 세계 무역상대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한 뒤 각국과의 양자 무역협상을 예고했다. ‘선(先) 관세폭탄, 후(後) 협상’ 기조를 구체화한 움직임으로, 이미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흑자를 보고 있는 한국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16일 미 CBS 방송 인터뷰에서 “공정성과 상호주의에 기반한 새 기준선을 설정한 후 세계 각국과 양자 협상을 진행해 양측 모두에 적절한 새 무역 방식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유럽연합(EU)을 겨냥해 “EU 경제 규모는 우리와 거의 비슷하고 저임금 경제도 아니다”며 “그런데 왜 그들은 우리에 대해 무역흑자를 기록할까. 30~40년간 우리는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불공정하게 대하는 것을 허용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는 미국이 그동안 체결한 무역협정이 불공정하므로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한 이후 해당국과 양자 간 협상을 통해 새로운 무역 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수순을 공식화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양자 협정의 토대가 될 기준선 재설정 시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4월 2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달 2일에 상호관세 및 부문별 관세를 부과하고, 지난 12일 발효된 철강·알루미늄 관세에도 예외를 둘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이 우리에게 부과하는 만큼 우리는 그들에게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이에 더해 우리는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에도 추가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더 공격적인 관세를 추진할 계획이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한국은 트럼프 집권 1기 때처럼 한·미 FTA 협정을 대폭 개정하거나 아예 현 협정을 대체할 새로운 협정을 체결할 가능성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이미 한 차례 한·미 FTA 폐기를 위협함으로써 FTA 재협상을 이끌어냈고 부분 개정을 관철한 바 있다.
한·미 간 무역에서 한국이 매년 상당한 규모의 흑자를 보고 있는 현 상황은 미국 측 시각에서는 불공정하게 비칠 수밖에 없어 거세게 개선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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