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오는 4월 2일부로 예정된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개별 국가에 대한 관세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호관세는 각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에 상응하는 관세를 부과한다는 개념으로, 구체적인 관세 결정에 있어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정부 당국자들이 이달 13일 진행된 회의에서 수백개 무역상대국들을 세 등급으로 나누는 방안을 고려했다고 보도했다. 등급별로 '낮음' '중간' '높음'의 3단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회의에는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 등이 참석했다.
다만, 이러한 방안은 불과 하루 만에 배제됐다. 등급별로 구분해 일괄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보다는 개별 국가별로 맞춤형 관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튼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당국자는 지난 14일 열린 회의부터는 국가별로 다른 '맞춤형'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쪽으로 다시 방향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세율을 설정할 것인지는 여전히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JD 밴스 부통령은 최근 몇 주 새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 의제에서 더 큰 역할을 맡게 됐으며 일부 정책 협의를 주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은 워싱턴 DC에 있는 부통령 관저에서도 장시간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상호관세는 실현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현재 목표는 관세 구조와 법적 이의를 견딜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많은 계획이 논의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계획을 발표할 준비가 되면 국민에게 직접 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2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자동차와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는 25%의 추가 관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상호관세에 대해 "그들이 우리에게 부과하는 관세와 같은 관세를 우리도 부과하는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미 정부 당국자들이 '3등급 관세' 부과 방안에서 국가별 맞춤형 관세로 방향을 선회한 것도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WSJ은 수백개 무역상대국의 품목별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일일이 분석해 각국에 맞는 상호관세를 확정하는 데 6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예고한 대로 오는 4월 2일에 상호관세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 기간은 모든 국가의 관세와 비교역 장벽을 완전히 분석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라는 지적이다. WSJ은 "당국자들은 상호관세 계획 고안 임무를 맡은 200여명 규모의 조직인 USTR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하면서 관련 작업을 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상호관세 책정 방식과 관련해 어떠한 결정이 내려지든 해당국의 '부가가치세'(VAT)가 고려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령, 멕시코의 경우 미국과 동일한 16%의 VAT를 부과하지만 생필품과 서비스업에는 면제되거나 감세 혜택이 주어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차별적 세금 관행이라고 지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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