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에 대응해 다음달 1일부터 철강 수입량을 최대 15% 줄이는 등 긴급 조치를 추진한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값싼 중국산 철강이 대거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 조치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유로뉴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산업전략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철강·금속 산업행동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는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역내 철강업계와의 논의해 산업보호 조치를 마련했으며, 이에 따라 오는 4월 1일부터 현재 시행 중인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에 따라 할당된 수입 물량을 줄이기로 했다.
이번 EU의 조치가 지난해 기준 EU 전체 철강 수입국 3위인 한국에 타격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특히 한국의 대(對) EU 주력 수출품인 열연 및 합판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 봤다.
당초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현행 EU의 철강 세이프가드는 내년 6월 30일부로 종료된다.
하지만 집행위는 새로운 조치를 마련해 수입량을 계속 제한하겠다며 올 3분기 발표한다고 밝혔다. 내년까지 미국과 관세전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미국의 고율관세를 피하려는 제3국 제품이 EU로 대량 유입돼 유럽 철강 산업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로이터는 유럽의 철강생산업체들은 이미 높은 에너지가격과 아시아 등과 경쟁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세주르네 부집행위원장은 “철강이 없는 방위·자동차는 없다”며 “우리는 산업을 유지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추후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별도의 세이프가드 신규 도입 가능성도 열어뒀다.
또 일명 ‘탄소세’로 불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적용 대상도 확대된다. 이는 한국의 관련 제품 수출 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조치다.
집행위는 “올해 4분기께 CBAM 적용 범위를 철강·알루미늄 집약적 다운스트림 제품(가공제품)으로 확대하는 것을 포함한 입법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CBAM은 EU 역외에서 생산돼 EU로 수입되는 시멘트, 전기, 비료, 철·철강, 알루미늄, 수소 등 6가지 품목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 추정치를 계산해 일종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올해 말까지는 탄소배출량만 의무적으로 보고하면 되지만, 내년부터는 초과 배출량에 맞춰 CBAM 인증서를 구매해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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