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스타힐스5차 - 분양광고  2025-03-19

[김상철 칼럼] 벼랑 끝까지 몰린 한국 제조업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입력 2025-03-27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보호무역 파고로 기업들에게 애국심만 강조할 수 없어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미국의 관세 폭탄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린다. 미국의 이익에 민감한 국가부터 손을 보면서 점차 전선을 확대해 나간다. 이에 대응하는 각국의 수단과 방법도 다양하다. 중국이나 EU 같이 맞설 힘이 있는 국가들은 맞불을 놓으면서 정면 승부를 건다. 이와 대조적으로 맞대응 카드가 부족한 국가들은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또 다른 실리를 얻기 위해 주판알을 튕긴다. 대표적 나라가 일본, 대만 그리고 한국으로 민간 기업의 미국 투자를 앞세우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합작회사 ‘스타게이트’의 인공지능(AI) 분야에 5,0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대만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를 전면에 내세워 첨단 반도체에 1,000억 달러를 추가(기존 바이든 정권 시 650억 달러) 투자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엊그제 현대자동차가 미국에 210억 달러 투자한다고 발표하면서 트럼프의 환심을 샀다. 이러한 가운데 관세 폭탄 기류에 미묘한 변화가 생겨나면서 4월 2일 보편관세 발표를 앞두고 종전의 강경 일변도에서 탈피하여 유연성이 감지되고 있다. 보편주의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상호주의라는 실용적 접근을 언급하면서 국가별로 미치는 파장이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가별로 관세율이나 적용 품목이나 시행 시기 등이 상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즉, 미국의 압박에 순응하는 국가에 대해선 관대해지나, 반대의 국가에는 상대적으로 더 가혹해질 수 있다. 전형적인 트럼프식 벼랑 끝 치킨게임 전술로 어느 국가가 더 현명한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결국 자국 기업에 대한 불이익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다.
 
일본이나 대만의 대응은 우리와 유사하기도 하지만 일부 다른 측면이 엿보인다. 일본 경제의 최대 현안은 제조업의 부활이다. 중국이나 한국, 대만에 내준 ‘모노즈쿠리(物作り)’ 자존심 회복이 급선무다. 이에 더해 아날로그 최강자이었지만 디지털 지진아로 전락한 현실을 만회하기 위해선 미국 도움이 절실하다. 소프트웨어의 합작투자도 이런 맥락과 연결되어 있다. 반도체는 대만 경제의 젖줄이다. 중국의 실시간 경제·안보 압박에서 대만이 살기 위해서는 미국 편에 더 달라붙어야 한다. 한편으론 미국 국적 대만계 엔비디아 회장인 젠슨 황과 같은 글로벌 화교를 연결, 팀 대만 네트워크 강화에 총력을 기울인다. 대만 테크계 대부인 모리스 창 TSMC, 궈타이밍 폭스콘 창업자들이 주축으로 거미줄처럼 촘촘하다. ‘호국신산(護國神山)’이라 불리는 TSMC의 절대강자 비결이자 대만 경제가 버티는 길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상황은 좀 차이가 있다. 바이든에 이는 트럼프 정권까지 이어지는 미국의 전방위 공세에 한국 기업이 너무 쉽게 백기를 드는 측면이 짙다. 그러나 이들을 나무랄 수도 없는 형편이다. 중국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으면서 만회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최후 보루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시장에서 마저 공급 기회를 상실하면 일시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다. 시장을 잃지 않기 위해선 결국 현지 투자를 확대하는 길밖에 없다. 최근 한국 제조업이 미국 투자 규모가 15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에 이르고 있음은 이와 무관치 않다. 심지어 멕시코 투자 한국 기업이 미국으로 이전을 서두르고 있음을 고려하면 베트남 등 동남아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의 향후 지형도 바뀔 수도 있음을 예고한다.
 
중국 기업까지 한국 국내외 공장 매수 노려
 
눈을 밖에서 안으로 돌려보면 한국 제조업의 현재와 장래가 심각하다. 미국의 압력을 비롯하여 외부 통상환경이 갈수록 불리해지는 양상이다. 제조업 위기가 어제오늘의 이슈가 아니지만 이제 더 물러설 수 없는 천 길 낭떠러지로 내몰리고 있다. 일례로 5년 전만 하더라도 자동차 생산 세계 5위였던 위치가 작년에는 7위로 내려앉았다. 인도에는 3년 전에, 멕시코에는 작년에 앞자리를 양보했다. 내수 판매는 줄고, 해외 생산 대수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직접적 원인이다. 문제는 보호무역의 파고가 높아질수록 국내 생산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작아진다는 점이다. 설상가상으로 가성비를 장착한 중국 자동차의 위세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최대 희생자가 한국차가 되고 있다는 것도 냉엄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온갖 규제와 반(反)기업 정서와 문화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기업이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원인 제공을 스스로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제조업을 살리고, 외국 기업이나 인재·자금·기술을 끌어들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너무 태평하고 안일하다. 주 52시간 예외·상법 개정·노란봉투법 등 어느 하나 기업 편을 들어주는 사례를 보기 어렵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한국 제조업의 글로벌 위상은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8대 핵심 주력산업에 대한 국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는 중이다. 올해 들어 미국의 10대 수입국 중 한국만 감소하고, 중국 주요 소비재 수입국 순위에서도 한국은 10위 밖(13위)으로 밀려났다.
 
하물며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앞다퉈 중국에 진출하였던 10여 년 전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현상이다. 중국 내 과잉생산에 따른 구조조정과 미국의 관세 폭탄을 피하려는 방편으로 한국을 우회 생산기지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하물며 해외 진출해 있는 한국 알짜 공장까지 노린다. 중국계 전략투자자(SI)와 사모펀드(PEF)들의 한국 기업 면담 발길이 분주하다. 소탐대실이라고 자칫하다 기술도 잃고, 주력 시장에서의 신뢰마저 잃지 않을까 우려된다. 경제는 역순환이 아닌 선순환이 되어야만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파이를 만들고 키울 수 있는 기업 경쟁력 제고가 경제 살리기 정책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한다. 제조업이 망가지면 수출이 후퇴하고 일자리가 없어지며 급기야 시중에 돈이 돌지 않아 내수도 위축된다. 제조업 공동화, 더는 방관할 수 없는 지경이 이르렀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