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금융포럼(2025 APFF)'에서 '양극화 시대, 한국 금융의 방향'을 주제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2025.03.26[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5/03/26/20250326164507814482.jpg)
미국 신(新)정부가 촉발한 관세 정책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확산되는 가운데 최근 급격하게 떨어진 원화 가치 회복이 정책 우선 과제로 꼽혔다. 이와 함께 직접금융 지원 필요성과 가상자산 활용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져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26일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 금융포럼(APFF)'에서 '양극화 시대, 한국 금융의 방향'을 주제로 진행된 토론을 관통한 주제는 '고환율'이었다. 이날 토론은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이진 금융감독원 금융시장안정국장,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 김영준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채연구팀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고환율은 자본시장에 달러 수급이 막힌 데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민경원 연구원은 "최근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보유한 달러를 환전하지 않고 그대로 들고 있다"며 "국내 외환보유액이 부족하진 않지만 기업들이 지난해 말 적정 환율을 달러당 1350원 선으로 제시한 것을 고려하면 현재 환율 수준은 국내 산업에 큰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불확실성만 해결된다면 올 하반기 환율이 1300원대 중반까지 하향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준 연구위원은 "트럼프 관세 정책이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환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주변국 움직임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위안화 약세 수준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고, 일본은 17년 만에 금리를 올리면서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에서 벗어났다"며 "한국은 정치적 불안으로 원화가 저평가돼 있는 상황이라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된다면 오히려 강세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올 하반기 환율 안정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이진 국장은 "미국 경제 성장 속도는 느려지고 한국은 개선되면서 금리 격차는 줄어들 것"이라며 "하반기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강력한 성장 모멘텀으로 외환시장 불안 요인이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직접금융을 강화하고 이를 뒷받침할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직접금융은 자금 수요자가 증권시장에서 직접 주식 또는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이 국장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분투자를 확대하는 리츠 방식과 지분형 주택담보대출 등 자본시장 중심의 투자 방식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며 "금융 소비자를 위해서는 연금자산운용에서 돈을 운영할 수 있는 자산 운영, 금융 공정성 등 다각도로 여러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루 팀장은 벤처캐피털 시장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국내 벤처캐피털은 금융시장 못지않게 중요하지만 미국 대비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미국은 자본조달 방법이 발달해 기업들도 주식·채권을 통한 자본 조달이 가능하고, 혁신기업에도 벤처캐피털 자금이 흘러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벤처캐피털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면 가계, 금융시장 자본이 자연스럽게 흐를 것이라는 의미다.
가상자산의 적극적인 활용 의견도 나왔다. 좌장을 맡은 김용진 교수는 "미국은 달러 채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해도 세력을 유지할 수 있지만 기축통화를 보유하지 못한 국가는 스테이블코인이 자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이 시점에서 신축성이 강한 가상자산을 어떻게 보고 대응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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