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13일 A(36)씨에게 컴퓨터 등 사용사기 혐의 처벌을 면제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의 판결은 친족의 신용카드를 도용한 범죄는 가맹점·금융기관도 피해자일 수 있기에 곧바로 친족간 처벌 면제 조항(친족상도례)을 적용해 형을 면제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A씨는 지난 2021년 12월 함께 거주하던 처제의 인적사항과 신용카드 비밀번호, 계좌번호 등을 이용해 카드깡 업체를 통해 현금을 입금받는 방식으로 총 7723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인터넷 도박, 코인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 아울러 그는 회삿돈 약 1억2000만원을 횡령하고 중고 물품을 허위로 판매해 13만원을 편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8개월을, 2심에선 징역 1년 5개월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횡령·중고 사기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으나 처제의 카드를 도용한 범죄는 형법상 친족상도례 조항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며 형을 면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항소심 법원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다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검사가) 피해자를 가맹점 또는 대출금융기관 등으로 하는 컴퓨터 등 사용 사기죄로 기소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원심으로서는 석명권을 행사해 피해자가 누구인지 명확히 하도록 한 후 친족상도례 적용 여부에 관한 판단에 나아갔어야 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도 수사보고서에서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는 종국적으로 카드, 계좌 등 명의자가 실질적인 피해자이지만 직접 피해자는 카드사나 금융기관이므로 친족상도례를 적용할 수 없다"고 적시했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도 지난해 6월 친족상도례 조항을 두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다만 대법원은 "이 사건 헌법불합치 결정의 소급효를 인정할 경우 오히려 그 조항에 따라 형의 면제가 됐던 사람들에게 형사상의 불이익이 미치게 된다"며 해당 조항의 헌법불합치결정이 내려진 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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