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우려에 아시아 증시가 폭락했다. 우리나라 증시도 공매도 재개 불안감까지 더해져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최대 4%대 하락했다. 특히 미국 관세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호관세는 모든 국가에서 시작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우리가 얘기하는 모든 국가”라고 말했다. 이어 4월 3일 발효 예정 중인 25% 자동차 관세와 관련해 그는 “재고할 생각이 없다”며 “외국 자동차 업체도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면 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76.86포인트(3.00%) 내린 2481.12에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행정부 상호관세 예고와 함께 이날 공매도가 재개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대차잔액이 많아진 이차전지 업종을 중심으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하락세를 나타내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대차잔액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을 가리키며 공매도 대기자금 성격으로 해석된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잔액이 평균 수준으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면서 “지난달 말 대비 대차잔액이 증가했거나 외국인 지분율이 상승한 종목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변국인 일본 증시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02.77포인트(4.05%) 하락한 3만5617.56에 마감했다. 일본 시총 상위 종목에서는 △도요타자동차(-3.13%)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4.62%) △히타치(-6.13%) 등이 대거 하락세를 보였다.
대만 자취엔지수도 전장 대비 906.99포인트(4.20%) 급락한 2만696.9에 장을 종료했다.
아시아 시장에서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이 부각된 가운데 달러 강세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6.4원 오른 달러당 1472.9원을 기록하며 1470원대를 돌파했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미국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속 고물가)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에게 국내 증시의 투자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상호관세 우려와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더해져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1500원 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상호관세 발표를 금융시장이 대형 악재로 인식할지, 불확실성 해소로 판단할지에 따라 달러화 흐름도 큰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로 국내 성장률 전망치 추가 하향 조정과 CDS 프리미엄 상승세는 원화에 부담 요인"이라며 "이번 주 원·달러 환율 밴드는 1440~1500원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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