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면초가죠. 카드업 수수료는 낮아지기만 하고 있는데 결제 사업도 빅테크에 뺏겨서 지급결제 시장에서 수익이 나긴 사실 어려워요. 그렇다고 요즘 같은 불경기에 소상공인 수수료를 올리자 하는 건 말이 안되고요. 신사업은 아직 수익이 없으니 답답합니다."
카드사들 돈줄이 메말랐다. 매번 떨어지는 영세업자 카드 수수료에 본업 경쟁력은 바닥이고, 이렇다 할 신사업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면서다. 유일하게 수익이 나는 분야는 카드론인데 벼랑끝에서 찾아드는 고객에게 고금리를 받자니 당국 눈치가 보이고, 마음도 편하지 않다.
최근 카드사들은 영세 가맹점 수수료를 또 한 번 낮췄다. 이번에는 수수료 최대치가 1%를 넘지 못하게 됐다. 정부는 2012년부터 카드사의 이익을 소상공인에게 나눈다는 취지로 3년마다 수수료율을 낮춰왔다. 이른바 적격비용 산정 제도다. 처음에는 카드사와 가맹점 모두 윈윈(win-win)하는 구조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치권이 표심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카드사들의 보릿고개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적격비용 제도가 시행된 지 6년째던 2018년, 수수료 혜택을 받은 가맹점은 전체의 96%에 육박하게 됐다. 지난 2021년에는 수수료율이 0.5~1.5%까지 인하되더니, 올해는 0.5~1%까지 떨어졌다. 카드사들은 지급결제 사업에서 수익은 포기한 모양새다. 카드를 긁을수록 손해지만 정부가 그러라고 하니 따르는 수밖에 없다.
신사업에서 단기간에 수익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카드사의 새 동력으로 떠오르는 데이터 사업은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고객 데이터를 가공해 판매하는 '기업정보조회업'에 뛰어들었다. 다만 사업이 성숙기를 거쳐 유의미한 과실을 따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당면한 문제를 돌파할 구멍은 카드론뿐이었다. 문제는 카드론 고객이 금융 최약체라는 점이다. 실제 작년 12월 말 카드론 연체율은 1.65%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카드론은 상대적으로 쉽게 빌릴 수 있는 돈이지만 수수료가 매우 높아 대부분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이용하는 고위험 여신이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은 수익감소 보전을 카드론 판매에 힘을 줬고, 결과 현재 각 카드사의 카드론 비중은 최대 25%에 달한다.
앞서 적격 비용 산정 제도를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이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 말기 카드사들의 대규모 집회에 힘입어 '적격비용산정 논의 TF'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해 정권이 바뀌면서 TF는 한번도 힘을 쓰지 못하고 사라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의 취임 일성이었던 '적정 수수료 제도 개편'도 공염불이 됐다.
금융사는 적정한 수익이 발생할 때 제역할을 할 수 있다. 지나친 개입은 시장에선 결국 악순환을 불러온다. 신사업 규제 완화와 더불어 카드사들이 금융업계에서 설 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당정의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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