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오세진 닥사 의장 "국내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가속화…업계 가교 역할에 주력할 것"

  • 법인 시장 이어 현물ETF 도입 논의도…인프라 구축·법률 정비 등 필요

코빗
오세진 닥사(DAXA) 의장 [사진=코빗]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확대를 넘어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이 논의되고 있다.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이 가시화되고 있는 흐름 속에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디딤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 닥사 의장으로 선임된 오세진 코빗 대표는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법인·금융기관의 시장 진입 허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오세진 의장과의 일문일답.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지고 있다. 앞으로의 국내 가상자산 시장 전망은.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은 향후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히 미국에서는 비트코인을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지정하려고 하는 법안이 고려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성장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시장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비트코인의 전략적 비축뿐 아니라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활성화 정책 등도 눈여겨봐야 한다. 관세 정책은 미국 경기와 물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한국 경제에도 여파가 있기 마련이지만, 핵심 정책은 국가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지원과 이와 관련된 입법, 가상자산 친화적 입장 선회 등이라고 본다. 미국의 규제 완화는 국내 가상자산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글로벌 정합성에 맞게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로 오히려 시장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의 상호관세 조치로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더 지켜봐야 하는 사항이라고 본다. 트럼프 행정부는 가상자산 산업을 미국의 경제 성장과 국제 리더십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차기 위원장으로 지명된 폴 앳킨스가 친(親)가상자산 성향 인사인 점은 시장 확대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정치권에서 현물 ETF 도입이 언급되기도 했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지난달 7일 민당정 간담회에서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정치권 차원에서 현물 ETF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가 이뤄졌다는 점은 제도권 내 편입 논의가 단순한 가능성 수준을 넘어 실질적 정책 어젠다로 부상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가상자산 시장의 접근성을 높이고, 투자자 기반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관 투자자까지 시장에 참여하면 제도권 편입이 보다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물 ETF의 도입이 기존 금융시장과 밀접하게 연계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변동성에 대한 대응 방안의 정교한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 이와 관련한 규제기관과의 조율도 필수적이다."

-현물 ETF가 도입된다면 어떤 리스크가 우려되는가. 선제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은.

"현물 ETF가 도입될 경우 금융사도 가상자산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즉, 법인의 시장 참여가 더 확대되는 셈이다. 섣부르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관련 인프라 구축, 법률 정비 등의 조율 절차가 더 필요할 수 있다. 예컨대, 회계 처리 기준이나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사가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직접 매매를 하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가상자산의 위험이 금융시스템에 전이될 우려가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당국이 법인 대상 가상자산 거래 허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닥사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사항은.

"올해 하반기부터 위험 감수 능력을 갖춘 상장법인 2500여 개와 전문투자자 등록법인 1000여 개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매매가 허용될 예정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업계는 자금세탁 방지에 집중하고 있다. 닥사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회원사 간 협의를 거칠 예정이다. 다만 매매 가능한 가상자산 종류에 대해서는 확정된 것이 없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 이용자 보호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해당 기준에 맞는 가상자산이 거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자금세탁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법인 대상 거래의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인 고객 확인과 거래 모니터링 체계에 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은 금융당국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주력하고 있는 과제다. 법인의 고객 확인 절차를 정교화하고, 거래소별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솔루션 업체와의 협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코빗의 경우, 블록체인 분석 기업인 체이널리시스, 비대면 고객 확인 핀테크 기업인 유스비 등과 협업 중이다. 닥사에서도 당국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법인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앞선 사례 외에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 등의 디지털자산 관련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한 닥사의 입장은.

"닥사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 등 새로운 디지털자산 관련 법제화에 긍정적이다. 법적 지위 확립이 이뤄진다면 시장 활성화와 규제 불확실성 해소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실정에 맞게끔 토큰증권 제도화와 가상자산 2단계 입법 등이 이뤄질 것이라 예상하며, 각계각층 전문가와 논의를 이어가려 한다."

-시장에 놓인 과제가 많은 만큼 앞으로 은행, 거래소, 커스터디(수탁) 간의 협업 체계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닥사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시중은행과 거래소, 커스터디 업체 간의 유기적인 협력 구조는 투자자 보호뿐 아니라 시장 신뢰도 제고를 위해 반드시 갖춰져야 할 요소다. 시장이 활성화되면 법인 고객, 기관투자자 등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주체들이 본격적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는 법인 영업 역량이 뛰어난 시중은행과 가상자산 업계의 가교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다. 닥사가 곧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거래소들의 입장을 대변하면서도, 업계 전반의 신뢰성 제고를 위한 표준화된 가이드라인 수립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예를 들어 커스터디 서비스의 보안성을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마련해 투자자 자산의 안전한 보관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 회원사별로 강점을 지닌 영역을 중심으로 협업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 다양한 시장 주체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울 수도 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현재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제도적 기반을 점차 마련해 나가고 있는 과도기적 단계다. 다양한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 할 문제는 '규제의 명확성'이다. 규제가 불투명하면 시장 참여자들이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의사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투자 위축과 혁신 지연으로 이어지게 된다. 법인과 금융기관의 시장 진입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 큰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들은 법인 대상 가상자산 시장을 이미 일정 부분 제도화하고 있다.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명확한 기준 아래에서 기관과 기업들이 안심하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책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이용자 보호 제도' 구축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단순히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닌, 이용자의 권익을 지키면서도 시장의 혁신이 저해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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