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가 지난 4일 인용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표류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임기 내 주택 270만 가구’를 목표로 민간이 주도하는 주택 공급을 위해 각종 규제 완화를 추진했으나, 컨트롤타워 부재로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다. 내년부터 서울 등 수도권 중심으로 입주물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주택 공급 우려까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민간의 사업 추진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공공마저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집값 안정을 위해서라도 장기적인 주택 공급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7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임기 첫해인 2022년 8월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하고 5년간 주택 270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인허가 기준으로 2023~2027년 총 270만가구, 연평균 54만가구 내외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윤 정부의 주택공급 방안의 핵심은 '민간'이었다. 수요가 많은 서울 등 수도권 도심의 공급 물량 확대를 위해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해 민간이 주택공급을 주도하고, 공공은 이를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초 윤석열 정부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임기 내 주택 270만 가구 공급은 실적이 저조하다. 앞서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30개월간 공급된 주택은 103만4470가구로 목표치인 270만가구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목표치 달성을 위해선 연평균 54만가구의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데 정부의 12개월 평균 공급 실적은 41만3788가구로 목표 대비 76.2%에 불과했다.
문제는 탄핵 이후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정부의 정책 실행 동력이 상실됐다는 점이다. 도심 내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정비사업 3대 규제'로 꼽히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재건축 촉진법 등이 국회에 발의됐으나 여야 간 논의가 사실상 멈춘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시장에서는 착공 물량 감소로 인한 공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아파트 분양 물량은 민간과 공공을 다 합쳐 8만3485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13만4140가구)와 비교해 38% 감소한 수치다. 특히 서울 분양 물량은 1만2628가구로 지난해(2만8219)의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아파트 건설은 인허가 시점으로부터 입주자가 실제로 거주하게 되기까지 적어도 2~3년이 걸리는데, 지난 2023년에 주택 건설 인허가와 준공이 급감한 탓에 올해와 내년부터 공급 부족이 본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아파트 뿐 아니라 서민 주거사다리 역할을 하는 빌라의 공급도 감소하고 있다. 연립·다세대·다가구주택 인허가 건수는 2022년 7만2368가구에서 2024년 1만9949가구로 72.4% 줄었다. 수도권만 보면 지난해 인허가 물량은 1만1139가구로, 2년 전의 4분의 1 수준이다.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공택지 개발, 노후계획도시(1기 신도시) 재건축 등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 온 공급 확대 방안이 제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정권 교체 시 정책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고,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이라는 이라는 정치 상황까지 겹쳐 법안 통과는 기약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주택 정책은 그 영향이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만큼 어려운 상황일수록 정부가 단기 목표가 아닌 장기적으로 현실성 있는, 수요에 맞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앞으로도 건설 원자잿값 인상 등으로 인한 공사비는 급등할 것이고, 이는 건설사의 사업성 악화로 이어져 공급은 더 위축될 것"이라며 "공급 절벽은 장래에 부동산 시장 불안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연도별 지역별 수요를 고려한 공급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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