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유예 조처로 한숨을 돌린 식품·화장품업계가 관세폭탄 해소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급망 확대와 생산기지 다변화, 미국 시장 인지도 상승 등으로 오는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될 상호관세 부과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인디오에서 개막한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행사장에 홍보부스를 차리고 현지인들에게 불닭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삼양식품 매출에서 해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77%에 이른다. 특히 미국은 전체 실적 성장을 견인한 핵심 지역이다. 불닭볶음면 열풍에 힘입어 지난 한 해 미국에서 3800억원 상당 매출을 올렸다. 전년보다 127% 급증한 수치다. 해외 전체 매출도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 제품에 25%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하며 농심이나 CJ제일제당 등과 달리 미국에 생산시설이 없는 삼양식품은 위기에 놓였다. 지난주 중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90일 유예를 선언하며 시간을 벌었다.

삼양식품은 이달 초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상호관세 영향을 점검하는 한편 미국 내 인지도와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오너 경영인이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올해 첫 해외 출장지로 코첼라를 택하고, 현지에서 불닭소스 신제품 등을 직접 홍보하기도 했다.
상호관세 영향권에 놓인 화장품업계는 투자 강화와 공급망 확대로 어려움 극복에 나섰다.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운 K-뷰티는 지난해 미국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수출국 1위를 차지했지만, 상호관세로 가격 경쟁력이 낮아질 위기에 처했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최근 정부와 손잡고 'K-뷰티 펀드'를 조성했다. K-뷰티 펀드는 민관이 만든 뷰티 전용 벤처펀드 1호다. 화장품 업체와 뷰티테크 스타트업에 중점 투자해 혁신적인 제품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확장을 돕는다. 올해 펀드 조성액은 400억원 상당이다.
미국이 주요 수출처인 패션업계는 생산기지 다변화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상호관세가 적용되는 베트남·방글라데시 등의 생산 물량을 줄이고 관세 부담이 적은 국가의 생산설비는 늘리는 식이다.
대미 수출 비중이 85%에 달하는 한세실업은 엘살바도르·과테말라를 중심으로 원사 생산부터 원단, 봉제에 이르는 의류 생산 전 과정을 자체 수행하는 중남미 수직계열화에 집중하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90일의 유예 기간은 짧지만 공급망 재편·시장 다변화 등 구조적 대응을 시작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임시방편을 넘어 중장기 경쟁력을 높일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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