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년 전 야노스 슈타커 독주회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 피아노를 치다가 첼로로 방향을 틀게 된 계기였죠.”
양성원이 첼로와 인연을 맺은 건 올해로 50년. 시작은 일곱 살 때인 1975년이었다. 어느 날 라디오에서 들려온 ‘첼리스트 야노스 슈타커는 일곱 살 때 첼로를 시작했다’는 문장이 그의 귀에 콕 박혔다. 마침 슈타커의 내한 공연을 보고 마음을 빼앗겼던 양성원은 생각했다. “나도 같은 나이에 시작할 수 있겠구나.”
양성원은 15일 영등포구 신영 체임버홀에서 열린 새 앨범 ‘에코 오브 엘레지’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음악은 인류 모두가 느낄 수 있고, 모두가 공감하고 소유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양성원은 세계적인 첼리스트이자, 프랑스 본 베토벤 페스티벌과 평창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이다.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를 받는 등 우리나라 대표 음악인이다.
그는 음악감독 등 다양한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새벽 1시에 일어날 때도 있고, 아침 6시에 일어날 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감사한 마음으로 매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음악의 가장 큰 장점은 경계도 시대도 없다는거예요. 어느 한 공연장에서 완전히 다른 배경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모여서 어느 시대의 곡을 완성하는 순간, 그리고 청중들과 이를 나누는 순간. 저는 보람을 느껴요.”
그는 자신의 아이돌이었던 슈타커의 애제자가 됐다. 또 데뷔작 코다이 음반은 영국 그라모폰으로부터 ‘이달의 에디터 초이스’와 ‘올해의 평론가 초이스’로 선정되는 등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항상 즐거웠던 것만은 아니다. 그는 “첼로 인생 50년간 잠깐 첼로 케이스를 닫은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파리국립고등음악원을 끝내고 나서는 다른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사춘기였죠. 당시 국립고등음악원은 경쟁을 많이 붙였어요. 음악이란 나누면서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지, 치솟고 올라가서 남보다 잘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은 안 했어요. 첼로 케이스를 닫았죠. 그런데 오래 가지 못하고 다시 열게 됐어요.”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다른 음악인들의 공연이었다. 그가 ‘경청’을 말하는 이유다. “케이스를 열게한 동기는 훌륭한 공연들이었어요. 그 공연들이 제 첼로 케이스를 열었듯, 다른 분들에게는 또 다른 용기를 줄 것으로 생각해요. 50년을 되돌아보면 기쁨, 좌절감 등이 모두 있었어요. 첼로 50년을 통해 자신, 그리고 타인을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는 50주년을 기념해 새 앨범 ‘에코 오브 엘레지’를 냈다. 앨범에는 엘가 후기의 걸작, 첼로 협주곡과 피아노 오중주 Op.84를 담았다. 한스 그라프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업했다. 또한 앨범 발매와 함께 5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마라톤 프로젝트 ‘첼로와 50년’ 공연에 나선다. 윌슨 응이 지휘하는 수원시립교향악단과 함께 차이콥스키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엘가 첼로 협주곡,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을 연주한다.
양성원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곡들을 준비한 것은 감사를 표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지금까지 왔어요. 부모님, 교수님, 동료, 가족 등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어요. 3곡 안에는 인생에 대한 고백이 담겼어요. 이 곡들을 통해서 제 인생을 바라보고, 관객들과 이를 나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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