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봉책 그친 12조 필수추경…나라빚 쌓여도 대선 후 '2차 추경' 가능성

  • 정부, 산불·통상 대응 중심으로 추경안 마련

기획재정부 김동일 예산실장왼쪽 네 번째이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공용 브리핑실에서 2025년 추가경정예산안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동일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왼쪽 넷째)이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공용 브리핑실에서 2025년 추가경정예산안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12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마련했지만 경기 대응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 당국도 이번 추경이 경기 대응보다는 산불, 관세 등 현안에 초점을 맞췄다고 자인하고 있는 만큼 시선은 자연스럽게 대통령 선거 이후 '2차 추경'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필수 추경 공식화…재정 투입 규모·시점 모두 '한계'
2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산불 대응과 통상·인공지능(AI) 지원을 위해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재해·재난대응에 3조2000억원, 통상리스크 대응과 AI 경쟁력 제고에 4조4000억원, 민생지원에 4조3000억원, 기타(국채이자, 주요 행사 개최 등) 2000억원 규모다.

정부는 이번 추경이 경기 부양보다 시급한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재정 투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영남권 대규모 산불 피해 대응과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것에 초점을 맞췄다는 의미다.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은 "우리 경제의 시급한 현안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경기 대응 진작만을 위한 추경을 편성하려면 시간이 더 걸리는 만큼 시급하고 필수적인 항목 위주로 추경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추경이 '신속 추경'임을 감안해도 재정 투입 규모가 너무 작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제안했던 15조~20조원과 비교해 작은 수준으로 편성된 데다 산불과 관련된 대응 예산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12·3 비상계엄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예고된 만큼 뒤늦게 추경안이 마련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수펑크·감세에 텅 빈 나라 곳간…국채 8.1조 발행
2년간 역대급 세수 펑크가 발생한 가운데 각종 감세 정책으로 재원이 부족해 재정 당국이 추경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2년간 80조원 넘는 세수 결손이 발생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 내내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 소득세 등 감세 기조를 펼쳐오면서 나라 곳간이 비어 있는 상황이다. 

텅 빈 나라 곳간에 필수 추경도 빚을 내 진행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번 추경 재원은 세계잉여금과 기금 여유재원 등 가용재원(4조1000억원)과 추가 국채 발행(8조1000억원)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 8조원 넘게 나랏빚이 늘어나는 구조라는 의미다.

정부가 그동안 강조해온 재정준칙도 어긋나게 된다. 기재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내로 묶는 재정준칙을 강조해 왔지만 이번 추경으로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3.2%로 상향 조정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48.1%에서 48.4%로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경기 위축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추가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잖아도 장기화 추세를 보이던 내수 침체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소비 심리가 최악으로 향하면서 더욱 악화되고 있다. 미국발 관세전쟁 여파는 어디까지 튀어갈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속집행에 하반기 경기 대응 한계…대선 후 '2차 추경' 무게
정부는 상반기 경기가 안 좋을 것으로 내다보고 신속집행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1분기 성장률이 소폭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상반기 신속집행에 하반기 경기 대응을 위한 '실탄'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선 이후 2차 추경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선 주자들도 각자 내수 살리기를 위한 대규모 추경을 주장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내수 진작을 위해 35조원 규모 추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2차 추경이 본격화된다면 재정 당국은 내년도 본예산과 함께 추경을 짜내는 '투트랙'으로 예산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2차 추경은 내수 진작과 미국발 관세전쟁 대응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추경은 경제성장률을 올리기 위한 추경이라기보다는 시급하고 필수적인 항목 위주로 편성한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재원 보강 방안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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