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증권형 토큰(STO) 관련 법안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조기 대선을 앞두고 STO 제도화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정책 싱크탱크를 통해 디지털 금융 산업 육성에 본격 나선 가운데 STO를 포함한 자본시장 혁신이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STO 관련 종목이 주목받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핀테크 기업 아이티아이즈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STO 정책 수혜 종목으로 부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성남 아이티아이즈 대표는 지난달에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지속적인 수익 중심, 품질 경영을 위해 STO를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성장동력을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핑거, 뱅크웨어글로벌, 갤럭시아머니트리 등 STO 관련 종목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싱크탱크 출범 이후 법제화될 가능성이 커진 STO는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기술로 디지털화한 증권형 토큰을 말한다. 부동산, 미술품, 지식재산권 등 다양한 자산을 소액 단위로 쪼개 투자할 수 있어 금융 접근성을 높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제도적 기반이 미비한 탓에 시장이 본격화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올해 업무계획에서 관련 법제화 추진을 공식화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자체 STO 발행·유통 플랫폼(STO Hub)을 시범 구축해 테스트베드 운영에 들어간 상태다. 금융권에서도 선제적으로 STO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4월 은행권 최초로 STO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미래에셋증권은 하나증권과 함께 STO 유통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SK증권,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 등도 관련 협의체에 참여 중이다.
정치권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6일 출범한 이 후보의 정책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은 김용진 서강대 교수를 성장전략분과 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김 교수는 올해 초 이언주 의원과 함께 ‘디지털 금융 생태계와 토큰증권의 융합’을 주제로 국회 간담회를 주최한 인물이다. STO 업계에서는 이번 인선이 제도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여러 의원이 STO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대부분 STO 발행과 유통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국회 논의는 답보 상태다. 지난해 발의됐던 STO 관련 법안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전례가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인공지능(AI), 바이오, 콘텐츠, 방산, 에너지, 제조업 등 ‘ABCDEF 산업 전략’을 발표하며 디지털 경제 육성 방침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싱크탱크 출범이 STO 법제화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TO는 글로벌 금융시장 흐름과 맞물리는 핵심 산업”이라며 “대선 전 정치권이 실질적인 입법에 나서야 시장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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