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대에 본격 진입했다. 신형 HBM의 높은 대역폭을 바탕으로 화웨이 등이 만든 중국산 AI칩보다 우수한 AI 추론 성능을 갖춘 게 특징이다. 업계에선 AI칩을 국내 판매뿐만 아니라 일본·중동·유럽 등에 수출하며 사업 성과를 내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한다.
2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은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 4나노 공정에서 생산된 차세대 AI칩 '리벨 쿼드'를 전달받았다. 삼성전자와 국내 AI칩 팹리스 간 끈끈한 협력의 첫 성과다.
리벨은 리벨리온이 자체 개발한 AI칩 코어(NPU)와 삼성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2.5D 첨단 패키징 공정으로 결합한 게 특징이다. 퓨리오사AI의 AI칩 '레니게이드'에 이어 리벨도 HBM을 탑재하면서 국산 AI칩 시장에도 HBM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됐다.
리벨은 4개의 코어를 하나의 칩으로 묶는 칩렛 구조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칩당 2048테라플롭스(FP8 기준)의 성능을 낸다. 화웨이가 지난달 양산을 시작한 AI칩 어센드 910C(800테라플롭스)보다 2.5배가량 우수하다. AI칩 성능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HBM도 두 세대 이상 차이 난다. 어센드 910C는 미국 대중 제재로 인해 중국 CXMT가 만든 구형 HBM을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벨은 현재 성능 검증을 위한 샘플칩이 막 나오기 시작한 단계다. 리벨리온은 올 하반기 국내외 고객사와 리벨 성능검증을 진행한 후 내년부터 칩을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리벨은 보다 큰 AI 모델과 멀티모델, 전문가조합(MoE) 아키텍처, 전력 대 성능비(TPS/W)가 중요한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정조준해 개발한 제품"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내 AI칩 팹리스가 이제 제품 판매량을 확대하며 성장 가능성을 입증해야 할 시기라고 진단하고 있다. 빅테크의 선두인 엔비디아 및 중국 정부·기업의 막대한 지원을 받는 화웨이와 AI칩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미국을 필두로 일본·중동·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려는 게 이들 AI칩 팹리스의 전략이다. 일례로 리벨리온은 한국·미국에 이어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사업 거점을 마련하며 AI칩 판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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