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이 2억으로"...'애물단지' 지식산업센터, 경매시장서도 찬밥

  • 최근 16개월, 전국 지산 낙찰가율 24%·매각가율 64%

  • 감정가액의 20%대에도 유찰되는 사례 잇따라

  • 공급 예정 물량 다수..."침체 분위기 이어질 것"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지식산업센터가 경매 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공급과잉  등으로 공실이 잇따르면서 수익성이 급감하자 경매 매물로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감정가액의 절반을 밑도는 최저입찰가에도 유찰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공급이 예정된 물량도 산적해 있어 한동안 지식산업센터 시장의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29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이달 25일까지 16개월 동안 전국의 지식산업센터 경매 진행 건수는 총 2412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낙찰 건수는 전체의 24%인 588건, 평균 매각가율은 64%에 그쳤다. 

수도권이라고 해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서울의 경우 같은 기간 315건의 지식산업센터 경매가 이뤄졌지만 낙찰 건수는 78건(24%)에 불과했다. 특히 서울은 이달 들어 경매 법원에 올라온 경매 매물 21건 가운데 낙찰로 이어진 사례가 아직 없다. 인천·경기 역시 1682건 중 448건(26%)만 매각됐으며 평균 매각가율은 61%를 기록했다. 

지식산업센터는 제조업과 정보통신업 등의 공장과 지원시설이 입주할 수 있는 3층 이상의 집합건축물이다. 세금·대출 등 부동산 규제에서 자유로워 한때 아파트 대체 투자처로 인기를 끌었지만, 2022년 이후 가파른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았다.

경매 물건으로 나온 지식산업센터도 2022년 403건에서 2023년 688건으로 늘더니 지난해엔 1594건으로 전년 대비 137% 급증하며 23년 만에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악화로 기업들의 임차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지식산업센터 공급은 지속적으로 늘어 경매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늘어났다고 보고 있다. 공실이 증가하면서 매달 나가는 대출이자와 관리비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경매로 나오게 된 것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2022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지식산업센터 물량이 늘어났지만 경기침체와 대출 규제 등에 따라 임차 수요는 줄어들었다"며 "공실에 따른 이자부담을 버티지 못하면서 경매로 넘어가는 물건이 증가했고, 싼 가격에도 더 이상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한 경매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리며 지식산업센터 매물이 적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식으면서 지식산업센터는 감정가액의 20%대에 물건이 올라와도 유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경기도 화성시의 한 지식산업센터는 지난해 4월 감정가 6억6000만원에 경매에 나왔으나 5차례 유찰 끝에 감정가의 20% 수준인 1억6880만원에 낙찰됐다.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또 다른 지식산업센터는 지난해 8월 감정가 11억원에 경매에 부쳐져 7차례나 유찰을 거듭했지만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해당 물건은 다음 달 13일 감정가의 약 21% 수준인 2억3068만원에 다시 경매에 나선다.

향후 공급이 예정된  물량도 상당수여서 한동안 침체 분위기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달 말 기준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등록된 전국의 지식산업센터는 1545곳에 이른다. 이 중 미착공 물량은 223건, 건축 중인 물량은 84건 규모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예정된 공급 물량을 고려하면 공실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지만, 투자 수요가 사실상 끊긴 상태여서 분위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시장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자금 흐름이 개선되더라도 기존 물량이 해소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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