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지식산업센터 시장 침체와 산업적 재정립의 필요성

최민성 회장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우리나라 지식산업센터(이하 지산) 시장은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다. 올해 1분기 전국 매매 거래(552건)는 2022년 1분기 이후 계속 감소하면서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지식산업센터의 과도한 공급, 특히 수도권 중심의 개발이 시장 포화와 공실률 증가를 초래했다. 
 
지산 시장의 침체는 단순한 부동산 시장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첫째,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과도한 공급은 수요를 초과하며 시장 포화를 초래했다. 둘째, 국내외 경제 성장 둔화와 고금리 환경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설비 투자 및 사무 공간 수요를 위축시켰다. 셋째, 주요 고객인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임대수요 감소는 공실률 증가로 이어졌다. 넷째, 과거 세제 혜택과 높은 임대수익률로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었던 지산이 이제 수익률 하락으로 매력을 잃었다. 이러한 복합적 요인은 악순환을 일으키며 시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현재 지산은 부동산 투자 상품으로 개발·분양되고 있지만, 이 접근법은 명백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투기적 개발과 단기 수익 중심의 전략은 중소기업의 입주 부담을 가중시켰고, 실제 산업 수요와의 괴리는 공실률 증가로 이어졌다. 이는 지산이 본연의 역할인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성장 지원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결과다.
 
이제는 산업적 접근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산업적 접근 방식은 지산을 산업 생태계의 핵심 플랫폼으로 재정립할 수 있는 대안이다. 이를 위해 첫째, 임대료 감면 및 세제 혜택 확대, 기술·경영 컨설팅 등 입주 기업의 산업적 성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둘째로는 IT, 바이오 등 특정 산업에 특화된 지산을 조성하고, 대학·연구소·대기업과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중소기업의 니즈에 맞춘 탄력적 공간 설계로 실수요를 충족해야 한다. 넷째, 수도권 중심의 공급에서 벗어나 지방 산업단지와 연계한 개발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효율적 설계와 친환경 기술 도입으로 지속 가능한 산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산업적 접근은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지역 일자리 창출,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는 기대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투기적 개발이 줄어들고 실수요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면 공실률이 감소하고, 장기적으로 시장의 안정성과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다.
 
지산 부동산 시장의 위기는 단순한 부동산 침체가 아니라 산업 지원 시설로서 본질적 역할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무분별한 개발을 억제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공급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신규 지산 인허가 시 산업 수요 분석을 의무화하거나 지역별 공급 한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또 세제 혜택을 부동산 투자자 중심이 아닌 입주 기업 중심으로 재설계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지역별 차별화 전략도 필수적이다. 수도권 및 지방의 산업 구조와 수요를 고려해야 한다. 도시관리계획과 산업 중심 개발을 연계하고, 민간 개발업체의 자율성을 보장하되 공공기관이 산업 수요 조사와 사후 관리에 적극 참여하여 시장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단기적인 부동산 분양 실적에 치중하기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지산을 지역 산업 생태계로 육성하고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비전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부동산 시장 회복을 넘어 중소기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이제 지산은 산업 지원 플랫폼으로 재정립이 필요하다. 부동산 투자 상품이라는 접근에서 벗어나 중소기업과 지역 산업을 지원하는 산업적 플랫폼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이는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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