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여 년 전 도입된 금산분리로 비금융 사업 확대가 어려운 전통 금융사를 위해 제도적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신사업 진출을 위해 도입한 혁신금융서비스마저 까다로운 심사 기준으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자기자본 1% 이내에서 자유로운 투자를 허용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5월 26일까지 금융지주사의 핀테크 지분 5% 소유 제한을 15%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지주회사법’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 그간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5% 룰을 유지해 왔지만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며 핀테크 사업에 한해 예외를 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파격적이고 대대적인 금산분리법 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곽노선 한국금융학회장은 “전통적인 금융사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조금씩 줄고 있다”며 “이들이 새로운 타개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마련하기 위해선 규제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1995년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간 상호 소유 금지를 위한 금산분리 시행 이후 금융지주와 은행은 비금융회사 지분을 각각 5%, 15% 이상 소유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은행은 금융으로 한정된 자회사 업종을 비금융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현재 가능한 업종은 고유업무인 은행업을 포함해 금융투자업, 보험업, 상호저축은행업, 여신전문금융업, 금융전산업, 자산관리업 등 수십 개에 그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2019년 한시적 규제 특례 제도인 혁신금융서비스를 도입했지만 이마저도 심사기준이 까다롭다는 한계가 있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혁신금융서비스는 정식 사업 추진이 아니기 때문에 실수도 인정될 수 있는 제도”라며 “그렇기에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는 범위 안에선 어느 정도 자율성 부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도 “소비자 편의성이 제고된다면 혁신금융서비스로 추진해야 하는데 지금은 핀테크 위주로만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심사 시 판단 기준도 투명하지 않아 공청회나 소비자 의견 수렴을 진행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업종 제한 없이 자기자본 1% 이내에서 은행의 투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은행도 △음식배달·배차 관리 △가상자산업 △중소기업 사업 지원 소프트웨어 △헬스케어 솔루션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술 △클라우드 서비스 등 이종산업으로 보다 활발히 진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또 비금융사의 은행에 대한 출자 제한 완화가 이뤄진다면 금융사와 비금융사 간 전략적 협업, 국내 산업 경쟁력 제고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 교수는 “현재 산업자본은 시중은행 지분을 4%까지 소유할 수 있다”며 “이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금융과 제조업 간 투자 규제가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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