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을 살 때 무리한 대출 대신 공공과 절반씩 지분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대출 부담을 줄이는 '지분형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이 이르면 하반기 시범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시범 도입 후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고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을 지원할 대안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시범사업 하반기 개시 등을 골자로 한 지분형 모기지 도입 로드맵을 내달 내놓는다.
지분형 모기지는 예를 들어 10억원짜리 주택을 살 때 5억원은 스스로 조달하고, 5억원은 주택금융공사 등 공공 정책금융기관의 지분투자를 받는 구조다. 담보인정비율(LTV) 70%를 적용해 은행에서 대출받는다면 자기자금 1억5000만원만 투자하면 10억원짜리 주택을 살 수 있게 된다. '영끌'을 해서 같은 집을 살 경우에는 자기자금 3억원에 은행대출 7억원이 필요하다.
지분은 구매자와 주금공이 50대 50으로 갖고 구매자는 집을 이용하는 대가로 주금공에 대출금리보다 다소 낮은 사용료를 낸다. 시간이 지나 집을 매도할 때에는 구매자와 주금공이 매도액을 절반씩 나눈다. 집값이 올랐다면 수익을 절반씩 나누고 집값이 떨어지면 주금공 지분이 후순위로 손실을 부담하는 구조다. 주택 보유 중 구매자의 자금여력이 좋아져 지분을 더 취득하고 싶을 경우 주금공 지분을 더 사들일 수도 있다.
시범사업은 무주택자 등의 조건에 따라 점수를 부여해 참가자를 뽑은 뒤 지분투자 대상주택을 선택하게 한다. 대상 주택은 지역별 중위 가격을 기준으로 서울 10억원, 경기 6억원, 지방 4억원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시범사업 규모는 1000가구 수준으로 관계부처 간 협의 중이다. 필요 재원은 4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분형 모기지가 은행 등 민간 자본 투자로 확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자를 더 부담하더라도 온전히 본인 소유의 집을 원하는 심리가 강하고, 매수 과정에서 투자를 통한 자본 이득 증가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형 모기지는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실시됐다가 사실상 실패한 '공유형 모기지', 2018년 국토교통부가 추진했던 '수익공유형 모기지'와 유사한 개념"이라며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부동산 쏠림을 완화해야 할 정부가 지분형 모기지 도입으로 집값 상승을 부추길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