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金-韓' 단일화…당 내홍 점입가경

  • 지도부 '당원 여론조사' 강행에

  • 金, 잠행 후 羅·安 비공개 면담

  • 당 자중지란에 이재명만 '활짝'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협상 주도권을 두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당 지도부가 정면 충돌하면서 내부 갈등 양상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전당대회 승리로 당무 우선권을 보유한 김 후보 측은 캠프 중심의 단일화를 요구하고 나선 반면, 지도부는 전 당원을 대상으로 단일화 찬반 여론조사를 강행하면서 '강 대 강' 대치에 빠진 형국이다. 대선 후보 등록 마감 시한인 오는 11일까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지 못할 경우 한 후보의 입당 또한 무산되는 만큼, 당 내부에선 조속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당원 대상 투표에 본격 착수했다. 조사 문항에는 단일화 필요성과 구체적 시기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5일 당 지도부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전국위원회(8~9일), 전당대회(10~11일) 일정을 논의없이 의결했다. 전날 당 수뇌부가 김 후보를 직접 설득하기 위해 자택을 찾았음에도 만남이 불발되자 모든 가용한 수단을 끌어모으는 전방위적 압박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저녁 김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의 독대가 예정된 가운데 지도부는 3일 연속 의원총회를 열고 김 후보가 협상 테이블에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서 "오늘 두 분이 단일화 로드맵을 확정 지어 줄 것을 간곡히 엎드려 부탁한다"며 "이제 더는 시간이 없다. 반드시 오늘 안에 단일화를 확정지어야 한다. 승리를 위한 단일화는 김 후보님께서 한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전날 밤 언론 공지를 통해 "당 지도부는 더 이상 단일화에 개입하지 말고, 관련 업무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통첩한 뒤 모든 유세 일정을 취소, 잠행을 이어갔다. 당 지도부의 의총 참석 요청을 거절한 김 후보는 이날 경선 상대였던 나경원·안철수 의원을 비공개로 만나 당의 무리한 압박에 대한 불쾌감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런 상황을 몰고 온 건 지도부 책임이 제일 크다. '친윤(친윤석열)계 배후설'도 충분히 의심할만하다"며 "단일화에 실패하면 '쌍권'(권영세-권성동)은 다 사퇴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 사이 '나홀로 유세'에 돌입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전국 바닥 민심을 훑으며 격차를 벌리고 있어 구(舊) 여권 내 분란이 더욱 뼈아프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기 대선 특성상 전국 단위 유세를 벌일 물리적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당이 자중지란에 빠지면서 국민적 피로감만 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영남권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돌아가는 정황을 보면 처음부터 '한덕수 만들기 프로젝트'를 한 것 아닌가. 한 후보는 지도부 말만 듣고 무임승차하려고 나온 사람"이라면서도 "김 후보도 단일화를 활용해 한동훈 후보를 잡았기 때문에 약속을 어긴 것은 맞다. 할 말이 없는 상황"고 양비(兩非)론을 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민의힘이 대동단결해도 열세인데 단일화 불발은 치명적이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에겐 엄청난 반사이익인 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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